전국 사업장 열 곳 중 아홉 곳은 폐쇄회로TV(CCTV)카메라, 컴퓨터 하드디스크 검사 등 노동 통제 우려가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보건.의료 업종과 1천명 이상 근무하는 대형 사업장의 경우 조사 대상 사업장 모두 이같은 시스템을 설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노총 등 9개 시민.사회단체 모임인 `노동자 감시 근절을 위한 연대모임'은31일 서울 영등포 민주노총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최근 한길리서치에 의뢰해전국 207개 사업장을 대상으로 실시한 보안관리 시스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보안관리 시스템 설치 실태 = 조사 대상 사업장의 89.9%는 회사측이 사업장에인터넷 감시,하드 디스크 내용 검사,전화 송수신 기록,CCTV 카메라 설치,전자신분증,전사적 자원관리(ERP) 중 적어도 한 가지 이상 설치했다고 답했다. 시스템별로는 CCTV 설치율이 57.0%로 가장 높았고 전자신분증(56.5%),하드 디스크 검사(44.0%),인터넷 감시(41.5%),ERP(29.5%),전화 송수신 기록(24.2%) 순으로 나타났다. 인터넷 이용을 통제하는 사업장은 하드디스크 내용을 검사하거나 ERP를 함께 실시하는 비율이 각각 64.8%와 63.9%로 나타나는 등 사업장별로 평균 2.5개의 감시 장치를 활용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컴퓨터 보안 관리 시스템 구축 사업장에서는 하드디스크 내용 검사,특정 홈페이지 방문 차단,홈페이지 방문 기록, 특정 전자우편 이용 차단,전자우편 이용 기록 순으로 통제가 이뤄졌다. 특정 홈페이지나 전자우편을 차단한 73개 사업장은 71.2%가 음란물을 통제했지만 노동조합 및 정당.시민단체의 홈페이지와 전자우편을 통제하는 경우도 각각 9.6%와 1.4%로 조사됐다. 이들 사업장은 82.2%가 전산실을 통해 홈페이지 방문과 전자우편을 통제했으며9.6%는 각 컴퓨터에 차단 프로그램을 설치했다. 홈페이지 방문이나 전자우편 이용 현황을 기록하는 48개 사업장도 66.7%가 단순기록이었지만 게시판 및 이메일 작성 내용 등 입력 내용까지 기록하는 경우도 18.8%나 됐고 37.5%는 기록 내용을 1개월 이상 보관하도록 돼 있다. 전화 송수신을 기록하는 50개 사업장은 56%가 송수신 횟수, 시간을 단순 기록했으나 34.0%는 전화번호와 통화 장소를 기록했고 6%는 통화 내용까지 기록했다. CCTV를 설치한 118개 사업장의 설치 장소(중복응답)는 회사 정,후문이 74.6%로가장 많았고 회사내 복도(39.8%),작업장 출입구(32.2%),작업장 내부(32.2%),기숙사(2.5%),탈의실(1.7%) 등으로 나타났다. ◆감시 장치 노사 분규 `불씨'= 한 가지 이상 보안관리시스템을 설치한 186개사업장 중 26.3%는 시스템 설치 및 운영 문제로 노조와 회사측의 갈등이 있었고 12.9%는 현장 노동자와 회사 사이에 마찰이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노조와 갈등을 빚은 49개 사업장 중 10.2%는 보안관리시스템으로 인해 지속적인마찰이 있었다. 노조는 주로 프라이버시 침해와 노조 위축 및 탄압, 부당노동행위, 노동강도,작업방식 변화, 인사관리, 단체협약 위반, 고용 불안, 임금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한편 186개 사업장 중 시스템 도입 전 현장 노동자나 노조와 협의한 곳은 24.2%에 불과했고 46.2%는 통보 없이 일방적으로 도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30.1%의 사업장은 시스템 기록 내용을 노조나 노동자가 열람할 수 없도록 돼 있었다. 이와 관련 단체협약에 새로운 생산방식이나 장비 도입에 대한 협의 조항이 있는사업장은 26.9%에 불과했다. 보안관리시스템 도입 후 18.3%의 사업장은 노동강도가 증가했다고 답했고 20.4%는 작업방식이 엄격해졌다고 지적했다. 시스템의 도입 후 39.3%의 사업장 노조는 노조 활동과 조직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고 느낀 반면 긍정적이라고 평가한 곳은 15.1%에 그쳤다. ◆노동 불안감 증가 = 한길리서치가 노조 간부 124명과 일반 조합원 285명 등 503명을 대상으로 보안관리시스템 도입에 따른 인식 실태를 조사한 결과 절반 가량이노동 강도와 고용, 인사 문제에 대해 불안감을 느꼈다. 특히 ERP가 설치된 사업장에서는 56.4%가 작업 방식에 대해 불안감을 느꼈고 CCTV카메라가 설치된 곳에서는 48.1%가 작업량 및 작업 속도 증가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각 시스템이 설치된 사업장에서는 10% 안팎의 노동자들이 노동 강도 증가에 비해 실질 임금은 감소했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503명중 62%는 시스템 도입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고 긍정적인 견해를 밝힌 노동자는 21.9%로 나타났다. 부정적인 이유(중복응답)로는 52.9%가 사생활 침해를 꼽았고 ▲작업시간 통제증가 45.8% ▲정신.육체 피로 증가 34.3% ▲경쟁심화 10.6% ▲작업량.속도 증가 7.7% 순으로 응답했다. (서울=연합뉴스) 이광철기자 gcm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