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경제부처 장관들이 이번주 들어 속속 휴가를 떠나고 있다. 예전엔 경기가 어려울 때 위아래의 눈치를 보느라 휴가를 반납하는 사례가 많았지만 올해는 대통령이 "휴가는 꼭 챙기라"고 당부하는 등 '소신껏' 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덕분이다. 그러나 강금실 법무부 장관, 김두관 행정자치부 장관이 '일주일 휴가'를 선언한 것과 달리 김진표 경제부총리를 비롯한 경제장관들은 여전히 단기간 쉬는데 그치고 있다. 대부분의 경제장관들은 특별한 스케줄 없이 푹 쉬면서 그동안 바빠서 못본 책들을 챙겨 읽는 등 말 그대로 '재충전'의 기회를 즐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여전히 '일 반(半), 휴가 반'인 경우도 있다. 김 부총리는 휴무일인 지난 26일부터 닷새간 제주도에서 휴가를 보낸 뒤 31일 출근한다. 그는 휴가기간중 21세기 경영인클럽 포럼, 전경련 하계포럼 등에서 강연하는 등 사실상 '일'을 했다. 그나마 김 부총리가 휴가라고 여길 수 있는 부분은 제주 신라호텔에서 부인과 단둘이 여장을 풀고 평소 즐기던 수영을 했다는 점. 박봉흠 기획예산처 장관도 26일부터 31일까지 강원도의 한 휴양지에서 가족과 함께 휴가를 즐기고 있다. 박 장관은 "아직 중학생인 아들과 함께 쉬는게 유일한 즐거움"이라며 다른 계획은 잡지 않았다. 같은 기간중 휴가에 들어간 이정재 금융감독위원장은 평소 조용한 성격답게 '방콕파(방에 콕 박혀 지내는 사람)'로 망중한을 즐기고 있다. 그동안 미처 못읽은 '현실과 이론의 한국경제'(김광수경제연구소)와 최근 관료 기업인들 사이에 화제가 된 예언서 '송하비결(松下秘訣·큰숲)'을 읽고 있다는 전언이다. '송하비결'은 조선 말부터 2015년까지 1백20여년을 사자성어로 예언한 베스트셀러. 강철규 공정거래위원장은 다음달 6일부터 나흘간 서울에서 독서 휴가를 보낼 예정이다. 박승 한국은행 총재는 다음달 14일 하루만 휴가를 낸 뒤 광복절과 주말 연휴를 합쳐 나흘간 고향인 전북 김제로 내려가 지인들을 만난다는 계획을 잡아놓고 있다. 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