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이 투명한 인사관행 정착을 목표로 한 다면평가제도가 사상 처음 실시되면서 상급자들이 부하들을 상전으로 모시는 듯한 진풍경이 전국에서 벌어지고 있다. 육군이 진급과정의 투명성 제고와 공사구분 명확화 등을 목표로 지난 7일부터시작한 중령-소장 진급 대상자들에 대한 다면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한 상관들의 다양한 `부하 환심사기' 행태가 표출되고 있는 것이다. 다면평가는 중령-소장 진급 대상자의 차상급자가 가장 유능한 차하급 부하가 누구인지 이름을 밝히고 그 이유를 6하 원칙에 따라 기록하는 하향식과 차하급자가 가장 존경하는 상관을 추천하는 상향식 평가 등 두 가지로 나눠진다. 육군은 이 자료를 절대적인 인사기록으로 활용하지는 않을 계획이나 금년 정기진급인사 때부터 참고자료로 활용할 방침이다. 육군본부의 이 같은 방침에도 불구하고 금년 진급 대상자들은 부하들로부터 존경받는 상관으로 평가받지 못할 경우 진급에서 누락될 수 있을 것으로 우려한 나머지 부하들의 눈치를 살피는 이색모습이 군부대 안팎에서 수시로 관찰된다. 일례로 2003년도 대령 1차 진급 대상자로 모 부대에 근무하는 A 중령은 자신을평가하는 소령들을 점심시간에 수시로 초대해 식사를 제공한 것은 물론, 저녁시간에술자리를 마련해주었다. A 중령의 부인은 부하 장교들의 `사모님'에게 식사를 대접하고, 선물을 제공하는 등 남편 진급을 위해 헌신적인 내조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상급자들의 집을 방문해 김치를 담그고, 허드렛일을 돕는 모습과는 정반대의 광경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부하들의 근무자세 불량이나 군기강 문란행위가 적발되더라도 상관이 이를 질책하지 않고 애써 무시하는 태도도 자주 드러나고 있다. 다른 부대에 근무하는 B 대령은 최근 사무실로 출근했을 때 부하인 C 중령이 술에 만취한 채 앉은 자세로 인사하는 모습을 보고 울화통이 치밀었으나 질책했을 경우 `존경하는 상관 대열'에서 누락될 것을 우려해 아무런 지적도 하지 않고 그냥 넘어갔다고 말했다. 다면평가에 따른 각종 부작용이 속출하자 과연 이 제도가 당초 기대한 성과를거둘 수 있을 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국방부에 근무하는 D 대령은 상명하복과 엄격한 지휘체계를 근간으로 하는 군조직 특성상 다면평가는 지휘계통을 문란시키고, 군기강을 약화시킬 가능성이 다분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최근 영관급 장교들의 부하 여성 성추행이나 민간인 살인사건, 사병 폭행 사건 등 각종 군기문란 행위가 육군에서 집중된 것은 다면평가와 무관하지 않은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해군과 공군은 다면평가제를 실시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육군본부 관계자는 고질적인 진급비리를 근절하고 투명한 진급분위기조성을 위해서는 다면평가가 불가피하다면서 이번 시행 과정에서 문제점이 발견될경우 보완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다면평가 시행 과정에서 나타나는 일부 부작용은 이미 예상된 것으로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면서 이 제도가 정착될 경우 단점보다는 장점이 훨씬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황대일 기자 had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