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법인세율을 1~2%포인트 낮추는 방안을 추진키로 함에 따라 노무현 대통령 취임초에 제기됐던 법인세율 인하 논쟁이 이번 정기국회에서 재연될 전망이다.


김진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3월 법인세율을 단계적으로 인하,현 정부 임기가 끝나는 2008년 초까지 싱가포르 수준(22%)으로 낮추겠다고 밝혔으나 청와대 정책실 등 일부에서 형평성 등을 이유로 반대,논의 자체가 무산됐었다.


정부는 대신 임시투자세액공제기한을 연장하고 공제율도 높이는 등 4천억원이 넘는 법인세 감면방안을 이미 내놓은 상태여서 법인세율을 추가로 인하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세수 8천억∼1조6천억원 줄어들 듯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는 25일 광주광역시 하남공단을 방문한 자리에서 "중소기업의 세금 부담을 낮추기 위해 법인세율 인하를 본격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법인소득이 1억원 미만일 경우 적용되는 법인세율을 현행 15%에서 13%로 낮추고,법인소득 1억원 이상일 경우 적용되는 세율은 27%에서 26%로 인하하겠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국회 의석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법인세율 인하를 골자로 한 세법 개정안을 단독으로도 처리할 수 있다.


한나라당은 2001년에도 법인세율을 2%포인트 낮추는 방안을 추진,막판 여·야 협상을 통해 인하폭을 1%포인트로 절충했었다.


이번에도 한나라당이 법인세율 인하를 본격 추진할 경우 어떤 방식으로든 국회에서 관철될 것으로 예상된다.


재경부에 따르면 지난해 법인세 수입은 19조2천여억원으로 전체 국세수입(1백4조여원)의 18.5%를 차지했다.


단일 세목으로는 부가가치세(31조6천여억원) 다음으로 세수 기여도가 높다.


성수용 재경부 법인세제 과장은 "현재 세입 기준으로는 법인세율을 1%포인트 낮추면 8천억원,2%포인트 낮추면 1조6천억원이 감소한다"고 말했다.


◆정부,'이미 내놓은 세금감면으로 충분'


문제는 정부가 법인세율을 내리지 않는 것을 전제로 각종 세금감면 계획을 이미 내놓았다는 점이다.


정부는 이달 초 '하반기 경제운용방향'을 통해 임시투자세액 공제율 확대(10→15%)로 2천억원,감가상각기간 단축으로 1천2백억원,중소기업 최저한세율 2%포인트 인하로 7백억원,연구개발(R&D)투자 최저한세율 적용 제외로 1천4백억원 등 모두 5천억원 이상의 법인세를 깎아준다고 발표했었다.


여기에다 법인세율 인하로 8천억∼1조6천억원의 세금을 덜어주면 감면폭은 1조3천억∼2조1천억원으로 늘어난다.


정부는 올해초 법인세를 단계적으로 내리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형평성 문제 등으로 인해 내년 이후로 검토시기를 미뤘다.


대신 세금감면으로 기업의 세부담을 덜어주기로 했던 것.


그런 상황에서 한나라당이 법인세율 인하를 들고나와 당혹스러워 하고 있다.


정부는 이미 발표한 세금감면으로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장기적으로는 법인세 인하될 듯


정부는 그러나 자본시장의 국경이 사라지면서 세계 각국의 조세인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어 법인세율 인하는 장기적으로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김진표 경제부총리는 "법인세율을 인하하려면 다른 세목들도 함께 검토해야 하기 때문에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그러나 강력한 경쟁상대국인 중국이 법인세율을 내린다면 우리도 법인세율을 인하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중국의 법인세율은 현재 30%(단일세율)로 한국의 최고세율(27%)보다 3%포인트 높다.


반면 싱가포르는 22%,홍콩은 16%로 한국보다 낮은 수준이다.


정부는 다국적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주한 외국인 기업인에 대해서는 총급여액의 일정률(18%)만 과세하는 방안을 새로 도입키로 했다.


외국인투자지역도 일원화해 세금감면을 확대키로 했다.


사실상 외국기업을 유치하기 위한 조세경쟁을 시작한 것이다.


외국자본 유치경쟁을 감안하면 시점이 문제일 뿐 법인세율이 인하될 가능성은 매우 높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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