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각국이 사회복지 축소와 노동시장 유연화에 발벗고 나섰다. 독일은 집권 사민당이 해고제한 완화와 실업수당 삭감을 담은 '아젠다 2010'을 채택한데 이어,건강보험료 납부액을 줄이는 대신 진료비 본인부담은 늘려 재정부담을 최소화하는 내용의 보건의료 개혁안에 여야가 합의했다. 프랑스는 저소득층 복지혜택의 하나로 시중금리보다 월등히 높은 예금이자를 지급해온 '리브레A' 저축예금의 금리를 다음달부터 연 3.0%에서 2.25%로 낮추기로 했다. 스웨덴 노르웨이 등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은 연금 수령액을 깎았고,오스트리아도 퇴직금 삭감을 추진중이다. 유럽국가들이 이처럼 경쟁적으로 제도개혁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간단하다. 지나친 복지부담과 경직된 노동시장으로 인해 파탄지경에 빠진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다. 한때 '라인강의 기적'을 일궈낸 독일경제는 작년 4·4분기에 이어 올 1·4분기에도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고 실업률은 최근 10.7%로 사상 최고치에 육박하고 있다. 독일뿐 아니라 유로화 통용지역의 올해 평균 경제성장률이 0.7%로 전망될 정도로 유럽의 경제사정이 좋지 않은 실정이다. '주 35시간 근무,연 8주 휴가,후한 연금'은 더이상 유럽의 자부심이 아니라 경제성장을 저해하는 개혁대상에 불과하다는 해외 언론보도는 유럽국가들이 개혁을 택하지 않을 수 없게 된 절박한 사정을 웅변해주고 있다. 우리경제도 유럽 못지않게 극심한 불황에 시달리고 있는 만큼 "대대적인 개혁 없이 경제성장은 없다"고 강조한 아드레 사피르 유럽연합(EU) 경제고문의 경고를 귀담아 들어야 마땅하다. 우리가 유럽에서 배워야 할 교훈은 과중한 복지제도나 경직된 노동시장으로는 국가경제를 결코 온전하게 유지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바로 그런 점에서 기존 사회복지 혜택을 줄이는 동시에 공기업 민영화와 기업규제 완화를 서두르는 유럽의 개혁을 본받아야 할 것이다. 엉뚱하게 네덜란드식 노사모델 도입 타령이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