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최강의 경제대국인 독일이 유럽연합(EU)의 대표적 재정적자 국가로 전락했다. 독일은 지난해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3.6%를 기록, EU가 정한 '안정성장협약(재정적자가 3%를 넘지 않도록 억제한다는 규약)'을 어겼다. 유럽 통합을 주도했던 독일이 스스로의 재정적자에 발목이 잡혀 EU 회원국들을 분란 속으로 빠뜨린 셈이다. 독일은 2차 세계대전 후 '라인강의 기적'으로 불리는 고속 성장을 토대로 세계 최고 수준의 복지제도를 갖췄다. 퇴직자와 실업자도 어느 정도 문화생활까지 가능한 완전 생계형 사회복지 제도를 도입했다. 연금도 물가와 생산성 증대에 연동시켜 지급했다. 그러나 이같은 과도한 복지제도는 사업 의욕과 근로 의욕을 저하시키는 부작용을 낳았고 통일까지 겹치면서 재정적자 확대로 폭발했다. 독일 정부는 최근 경기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세금 인하 등의 경기 부양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과도한 재정지출을 줄이는 데는 여전히 소극적이다. '분배'와 '약자 보호'를 키워드로 한 '사회적 시장경제'에 대수술을 가하지 않는 한 재정 기반이 더욱 위협받을 것이라는 경고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페드로 솔베스 EU 통화위원은 "독일이 세금 인하로 경제 활성화를 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이에 상응하는 재정지출 축소가 뒤따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베를린=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