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3일자) 기금운용 아직도 이 지경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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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개 사업성 정부기금의 관리·운용실태에 대한 감사원 감사결과를 보면 그동안 정부 스스로가 수없이 다짐해 왔던 기금개혁이 겉돌고 있음을 단적으로 입증하고 있다.
방만한 기금운영은 전혀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고,심지어 필요성이 미약한 기금이 24개나 되는데도 이를 폐지하지 않고 쌈짓돈 쓰듯 하고 있다니 할 말이 없을 정도다.
도대체 기금의 부실운영 문제가 제기된 것이 언제인데 아직도 이 지경이란 말인가.
기금의 부실운영 문제가 연례행사처럼 지적돼 올 때마다 정부는 기금을 개혁하겠다고 다짐해 왔으나 결과는 용두사미에 그쳐 왔다.
규모가 작은 몇개 기금을 통폐합하면서 개혁시늉만 내 온 결과 이 지경이 되고 만 것이다.
목적과 필요성이 불분명한 기금의 난립은 여전해 연금성 기금 6개를 제외하고도 사업성 기금만 52개나 되고,기금의 총규모도 줄기는커녕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지난해 현재 기금 총규모는 1백91조원으로 일반회계의 1.8배에 이르고 있고,증가 속도는 일반회계의 2배를 넘고 있는 실정이다.
이렇게 난립된 기금들이 경쟁적으로 몸집을 키우다 보니 방만한 운영이 초래되는 것은 필연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금속성상 일반예산보다 돈 쓰기가 상대적으로 용이하다 보니 관계부처나 이해집단이 쌈짓돈 쓰듯 낭비하는 구태를 막는데 한계가 있다는 사실은 이번 감사결과에서도 여실히 입증되고 있다.
세금이 낭비되는 사례는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고,심지어 돈이 새는 것을 알고도 뒷짐만 지고 있는 사례마저 있는 것으로 감사원 감사결과 드러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면 정부는 지금까지의 기금개혁이 실패했다는 점을 인정하고 보다 강도높은 수술에 나서지 않으면 안된다.
그 출발점은 감사원 감사에서 존립 필요성이 없다고 판명된 24개 기금을 통폐합하는 일이다.
감사원의 지적을 법적 구속력이 없는 권고로만 치부하지 말고 이를 실행에 옮겨야 한다는 얘기다.
기금을 유지하면서 아무리 개혁을 외쳐봐야 실효성이 없다는 것이 입증된 만큼 더이상 이를 미뤄서는 안된다.
아울러 기금의 낭비를 줄이기 위한 조치도 병행돼야 함은 물론이다.
이를 위해서는 기금에 대한 예산심의를 대폭 강화하는 한편 기금낭비를 초래한 관련자에 대한 엄격한 문책이 이뤄져야 한다.
그래야만 기금 낭비 방지는 물론이고 관계부처가 불필요한 기금을 계속 유지하려는 욕구를 없앨 수 있어 기금 통폐합도 성공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