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은 만성 관료병(病)을 앓고 있는 '규제 공화국'이었다. 노동 환경뿐만 아니라 건설 도ㆍ소매 자영업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규제가 만연하고 있다. 미국 하버드대 보고서에 따르면 독일에서 회사 설립을 승인받기까지 걸리는 기간은 평균 90일(2001년 기준)로 OECD 회원국중 최장 수준이다. 엄격한 해고 규정은 기업들의 신규 고용을 가로막는 장애물로 전락했고 기업들의 해고 관련 소송비용만 늘려 놓았다. 강력한 환경 규제는 경제성이 없는 것은 물론 환경개선 효과마저 의심받는 사례들만 쌓고 있다. '종업원들에게 충분한 휴식'을 주기 위한 상점 영업시간 제한은 소매점의 경쟁력을 깎아내렸을 뿐이다. 공격적인 판매전략이나 가격 차별화 정책을 쓰는 것도 독일에서는 거의 불가능하다. 미장원이나 인테리어 가게를 창업하려 해도 '장인(Meister)' 자격증을 소지해야 하고, 가게를 양도할 때도 자격증 소지자에게만 넘겨주도록 돼 있다. 미국 시카고대의 제임스 헤크만 교수(경제학)는 "이런 겹겹의 규제들로 인해 독일은 정보통신, 생명공학 등 첨단 분야에서 경쟁력이 크게 취약한 상태"라며 "규제와 과도한 세금, 관료주의가 작게는 벤처 창업, 나아가 기업가의 기업하려는 의욕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베를린=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