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위원회가 생명보험회사의 상장안을 다음달까지 마련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생보업계와 시민단체의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 진통이 예상되고 있다. 20일 생보업계에 따르면 금감위가 생보사 상장에 대한 방안 제시를 요청함에 따라 조만간 주식회사의 공개 절차와 방식에 준해 상장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할 계획이다. 그러나 시민단체를 대표하는 참여연대는 생보사의 경우 사실상 상호회사이기 때문에 상장에 따른 차익을 계약자에게 주식으로 반환해야 한다는 주장을 21일 금감위에 제출할 예정이어서 생보사 상장 방안을 둘러 싼 논란은 가속화될 전망이다. ◆참여연대, 생보사는 `사실상' 상호회사 10여년 동안 계속되고 있는 생보사 상장과 관련된 논란의 출발점은 생보사의 성격에 대한 해석의 차이다. 삼성생명, 교보생명 등 업계는 주식회사로 인가받아 영업을 하고 있으므로 당연히 주식회사라는 입장인 반면 참여연대는 `겉은 주식회사이지만 속은 상호회사'라는주장으로 맞서고 있다. 생보사들이 배당상품을 계속 판매해 왔고 계약자들이 경영이익과 함께 위험까지도 공유해 왔기 때문에 상호회사적 성격이 짙다는 게 참여연대의 논리다. 참여연대는 나아가 상장을 전제로 지난 1989년 교보생명, 90년 삼성생명의 자산재평가 과정에서 이미 정부가 상호회사라는 사실을 인정했다고 상기시키고 있다. 이에 대해 생보업계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펄쩍 뛰고 있다. 생보사들의 배당상품 판매는 고객의 선호도, 시장성 등을 고려한 수익극대화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며 회사 형태와는 무관하다는 이론을 굽히지 않고 있다. 생보사들은 선진국의 생보사들도 대부분 배당상품을 판매하고 있지만 그렇다고상호회사로 분류되지는 않는다는 외국의 사례를 이론적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업계 "내부유보금을 계약자에게 주는 것은 부당" 생보사가 상호회사의 성격이 짙다고 주장하는 참여연대는 상장 차익을 주식으로계약자에게 배분해야 한다는 견해를 제시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자산재평가 차익 중 사내유보금으로 남아 있는 30%(삼성생명 878억원, 교보생명 664억원)를 자본금에 편입시킨 뒤 여기에 해당하는 주식을 계약자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것이다. 자산재평가 당시 정부는 자산재평가 차익의 40%를 계약자에게, 30%를 주주에게각각 돌려주고 나머지 30%를 사내 유보금으로 남겨 두도록 했다. 자산재평가 당시 계약자에게 40%를 돌려준 만큼 사내 유보금까지 계약자의 몫으로 줄 수는 없다는 게 생보업계의 주장이다. 더구나 유보금은 결손이 발생하거나 계약자 배당 재원이 부족할 때에만 집행하도록 규정돼 있어 주식으로 계약자에게 줄 경우 법적으로도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또 유보금을 자본금으로 전입해 주식을 추가 발행하는 것은 물론 이를 계약자에게 주는 것도 주주들의 동의가 있어야 하므로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생보사 상장 시기도 이견 생보업계는 생보사의 이익 구조가 취약해 자본의 추가 조달을 통한 재무 건전성확보가 시급한 실정이기 때문에 가능한 한 올해 안에 상장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대주주의 자금력 부족 등으로 자체 자금 조달에 의한 재무 건전성 확보는 한계가 있으므로 상장을 통한 자본 조달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더구나 외국의 거대 생보사가 국내에 진출하는 데다 금융 겸업화의 진전으로 다른 금융권과의 경쟁도 심해지는 상황에서 자본 확충은 필수적이라는 논리에도 일리가 있는 게 사실이다. 업계는 상장이 되면 소유구조가 분산되고 다수 주주의 견제가 가능해지므로 지배구조도 개선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참여연대는 선결 과제가 해결되지 않는 상황에서 꼭 상장이 필요한 것은아니라는 입장이다. 계약자 권익을 충분히 보호하지 못하는 구조와 사업비 과다 책정에 따른 보험료율 상승, 대주주에 의해 휘둘리는 지배구조, 취약한 개인 신용 정보 보호 등이 우선적인 해결 과제이며 상장만 서두를 문제는 아니라는 지적이다. 더구나 삼성자동차 처리 과정에서 이건희 회장으로부터 삼성생명 주식 350만주를 받은 뒤 아직까지 현금화하지 못하고 있는 채권단에 대한 배려 차원에서 상장을서두른다면 더 더욱 안될 말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금감위, `솔로몬의 지혜' 마련할까? 금감위는 생보업계와 시민단체 등으로부터 의견을 수렴해 8월 말까지 상장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지만 업계와 시민단체의 의견이 워낙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고민이다. 이에 따라 상장안 마련이 또 다시 늦춰지는 게 아니냐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상장이 다시 늦춰질 경우 다섯번이나 개정된 조세특례제한법을 다시 고쳐 삼성생명과 교보생명의 자산재평가 차익에 따른 법인세 납부 기한을 연장해 줘야하는 데다 삼성자동차 채권단의 반발도 거셀 것으로 보이므로 쉽게 내릴 수 있는 결론은 아니다. 금감위가 생보업계와 시민단체를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솔로몬의 지혜'를 마련할 수 있을 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박성제기자 sungj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