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의 허약한 `체력'이 보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순매수 행진을 지속하던 외국인들이 순매도로 돌아서자 곧바로 폭락한 점도 국내 증시의 취약한 수급 기반을 여실히 보여 주고 있다. 이에 따라 700선 공방을 벌이고 있는 국내 증시는 여전히 외국인의 지배적인 영향력 아래에서 벗어나기 힘들 전망이다. ◆외국인 매도에 급락 체질 허약 여실 외국인들의 순매수 행진이 주춤하자 주가가 급락하며 국내 증시의 허약 체질이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20일 거래소시장에 따르면 외국인들은 이달 들어 12일 연속 적극적인 `사자'에나서 2조6천억원의 누적 순매수로 종합주가지수를 670선에서 720선까지 끌어올렸다. 같은 기간에 기관과 개인은 각각 1조6천억원과 8천700억원을 순매도해 지수 상승이 전적으로 외국인들에 의해 이뤄졌음을 반영하고 있다. 이어 지난 18일 외국인이 순매수 행진에서 돌아서서 1천523억원을 순매도하자 1천억원이 넘는 기관과 개인의 순매수에도 불구하고 지수가 17 포인트 이상 급락하면서 증시 수급의 허약함을 다시 한 번 보여 주었다. 고객예탁금도 지난 주초의 10조8천580억원에서 주말에는 10조5천26억원으로 빠지며 지수가 연중 최고치를 돌파했음에도 불구하고 11조원대 진입에 실패했다. 투신권 전체 수탁고도 이달 들어 158조원에서 160조원으로 소폭 증가했지만 주식형 펀드 수탁고는 오히려 11조3천600억원에서 11조1천100억원으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외국인 매수 기조 속 강도 약화 가능성 국내 증시 상승세를 이끌어온 외국인의 순매수 행진은 과연 멈춘 것인가. 증시 전문가들은 외국인들의 지난 주말 순매도 전환이 순매수 기조의 수정은 아니지만 강도는 약화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외국인들이 본격적인 `사자'에 나섰던 지난 5월 이후의 누적 순매수 규모인 5조5천억원에 비해 아직도 매도 규모가 극히 적고 미국 증시의 조정에 따른 `숨고르기'성격이 짙다는 판단 때문이다. 교보증권 박석현 책임연구원은 "외국인들의 국내 시장에서의 순매도는 미국 시장의 단기 조정에 따른 것"이라고 지적하고 "외국인들의 순매수 행진은 미국과 국내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깔려 있기 때문으로 순매도 전환은 단기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현대증권 조훈 연구원은 "외국인들의 5월 이후 순매수액 5조5천억원에 비해 최근의 순매도 규모는 극히 적은 부분"이라며 "국내외 시장에서 큰 변수가 나오기 전에 순매도 추세 전환을 예단하기는 이르다"고 말했다. 아울러 외국인들의 유동성 보강 여부에 따라 적극적인 매수에 참여하지는 않을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대우증권 황준현 선임연구원은 "지난 10∼16일 국내 증시의 핵심 매수 세력을형성했던 이머징마켓펀드와 아시아퍼시픽펀드에서 3주만에 자금 순유출이 이뤄졌다"고 밝히고 "국내 증시에서 적극적인 `사자'에 나섰던 외국인의 향후 순매수 강도가약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연합뉴스) 한승호기자 hs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