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는 과연 언제쯤 회복될 것인가? 미국경제의 회복이 한국경제의 회복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심각한 불황에 시달리고 있는 우리 모두가 궁금해하는 의문이다. 현재 미국의 정책당국, 학계 그리고 월 스트리트 이코노미스트 사이에서는 미국경제는 이제 바닥을 치고 회복국면에 진입하고 있다는 조심스런 낙관론이 힘을 얻어 가고 있다. 물론 아무도 V자형의 급속한 경기회복을 예상하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미국경제가 올 하반기부터 완만한 회복을 보여 2004년에는 3.7% 이상의 경제성장을 보일 것이라는 관측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17일엔 미국 저명 경제학자들의 모임인 NBER에서 미국은 경기침체에서 벗어나 회복국면에 있다고 공식적으로 선언했다. 그리고 이에 앞서 15일엔 미국의 경제대통령이라는 그린스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도 비슷한 견해를 공식적으로 피력했다. 그는 미국경제는 하반기에 본격적으로 회복되기 시작해 2004년에는 3.75~4.75%의 성장을 할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을 내놓았다. 디플레이션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FRB가 내놓은 내년도 경제성장률 예측치는 월스트리트의 예측치인 3.7%보다 훨씬 높은 것이다. 뿐만 아니라 FRB의 예측치는 1984년 이후 25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이다. 이는 그 만큼 미국 정책당국이 내년도 미국경제의 회복을 확신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광범위하게 형성된 경기회복에 대한 공감대에는 이제 더 이상 사용할 정책수단이 없을 정도로 경기부양을 위한 모든 정책이 사용됐고 그 효과가 곧 나타날 것이라는 기대감도 작용하고 있다. 현재 미국경제는 키친싱크 이코노미(kitchen sink economy)로 표현될 정도이다. 즉 이제 부엌의 싱크대 이외에는 더 이상 경기회복을 위해 던질게 없을 정도로 모든 정책을 다 사용했다는 뜻이다. 사실 그 동안 부시행정부는 대규모 세금 감면을 통해 소비와 기업투자를 진작시키려는 감세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또한 금융정책을 담당하는 FRB는 기업의 차입비용과 소비자들의 이자부담을 줄임으로써 기업투자와 소비를 진작시키기 위해 지난 2001년 이후 13번이나 금리인하를 단행했고 그 결과 현재 미국의 연방기금금리는 30년 이래 최저인 1%를 나타내고 있다. 이러한 적극적인 조세·금융정책들의 효과가 서서히 올 하반기부터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초저금리를 바탕으로 기업부문의 투자증가가 경기회복을 주도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미국경제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요인들은 미국경기회복의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보여진다. 첫째, 최근 미국 채권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급속한 장기금리 상승이다. 장기금리 상승이 일시적이 아니라 기조적인 것이 되면 부동산 대출금리 상승으로 이어짐으로써 미국경기 버팀목의 한 축이었던 부동산 경기의 위축을 가져올 것이다. 물론 부동산경기 위축이 미국경제의 회복기조를 바꾸게 할 정도는 아니겠지만 경기회복에 부정적 역할을 할 것이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 것이다. 둘째, 또 다른 전쟁이나 미국내에서 심각한 테러가 일어난다면 이는 급격한 소비자 신뢰하락과 그에 따른 소비위축을 야기함으로써 미국경제의 회복기조에 결정적인 타격을 가할 수 있다. 지난 2001년 하반기에도 모든 지표상으로 미국 경제는 회복국면으로 진입하고 있었다. 하지만 9ㆍ11 테러는 이러한 회복국면의 미국경제를 수렁으로 밀어 넣어버렸고 그 결과 미국경제는 몇 년째 불황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현재의 경기회복은 고용증가를 수반하지 못하고 있다. 고용증가가 없는 성장은 소비자 신뢰 회복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이고 이는 소비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미국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미국경제의 회복국면 진입은 경제의 많은 부분을 해외부문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 경제에도 희소식임에 틀림없다. 올 하반기에는 우리 경제도 불황에서 빠져나올 수 있기를 고대해 본다. 曺明鉉 < 고려대 교수ㆍ경영학 (미국 밴더빌트대 객원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