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물책임(PL)제도 시행 이후 중소기업들이 철저히 제품 관리를 하면서 경쟁력이 높아지고 있다. PL제도 시행 1년을 넘기면서 중소기업들의 PL 대응수준이 상당히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돌침대를 생산하는 수맥돌침대 이경복 대표는 "PL보험에 가입했으며 제품 하자 발생으로 인한 소비자들의 불만을 없애기 위해 출하 전부터 꼼꼼히 챙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PL제도 시행 이후 소비자들로부터 클레임이 들어온 적이 한 번도 없을 정도로 기술력이 향상됐다"고 부연했다. 이는 기업들 스스로 교육,홍보,업종별 매뉴얼 개발 및 보급,기술 개발 등 지속적으로 노력을 기울여온 결과라는 게 기협중앙회 관계자의 설명이다. 중소기업청 관계자는 "PL제도가 시행될 때만 해도 중소기업들은 소송에 휘말릴 경우 회사문을 닫는 게 아니냐며 걱정했지만 지금까지 소송까지 간 사례는 없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제품 결함에 따른 소비자 피해사고가 발생,직접 배상하거나 보험 처리하는 경우는 증가하고 있다. 보상건수는 2001년 46건에서 2002년 93건으로 늘었고 올들어 2월까지 40건에 달했다. 지난 5월 중소기업청이 '중소기업의 PL 대응실태'를 조사한 결과 중소기업의 PL 인지도가 97.3%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3월 74.5%에 비해 22.8%포인트나 높아진 것이다. 또 61.6%의 중소기업들이 PL 담당자를 두고 있으며 PL 담당부서를 운영하는 곳도 45.5%에 이르렀다. 중소기업들은 PL사고 예방을 위해 PL보험에도 가입하고 있다. 아직은 미흡한 편이지만 PL보험 가입비율이 지난해 3월보다 3배 이상 늘어난 26.2%를 기록했다. PL보험은 기협중앙회 대한상의 중견기업연합회 무역협회 등 4개 기관에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보험 가입을 받고 있다. 가입실적을 보면 가입건수 3천25건,가입금액 90억3천1백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를 연도별로 보면 1999년 32건 9천5백만원,2000년 95건 5억8백만원,2001년 1백95건 11억1천4백만원,2002년 1천9백47건 50억7백만원으로 조사됐다. 올들어서는 6월 말 기준으로 7백56건 23억7백만원을 가입,금액 기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1백6% 증가했다. 기협중앙회 PL 담당자는 "삼성화재 등 6개 손해보험사와 협약을 맺고 중소기업PL 단체보험 가입을 진행 중인데 할인 등의 혜택으로 가입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해 6월부터 운영에 들어간 중소기업 PL분쟁조정위원회에서도 아직 분쟁을 조정해준 기업이 없다"며 "이는 중소기업들이 안전을 위한 기술 개발 등 PL 준비를 철저히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중소기업들은 아직 PL제도에 대한 안전장치가 미흡한 상태로 정부 당국의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주사제를 만드는 삼호프레스와 압력스위치를 생산하는 엔텍,수질환경 자동분석기를 만드는 성부 등 많은 중소기업에서 PL사고에 대응할 수 있는 사례집 등 정보 지원을 요청했다. 또 PL 담당자를 위한 교육지원 시스템도 갖춰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장류 업체인 엔에스메탈,주방기구 업체인 코리아센서닷컴,휴대용 노래방기기 업체인 미래테크 등이 PL 교육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 중소기업 대표는 "PL제도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철저히 대응하고 있으나 중소기업으로서는 보험료가 부담"이라며 "정부가 중소기업에 대해 일정액의 보험료를 보조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와 관련,중소기업청은 PL 관련 책자 발간,교육 지원,기술 지원 등 중소기업에 대한 PL 지원을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이계주 기자 lee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