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대일 무역적자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는 등 고질적인 대일 무역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 14일 산업자원부와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 6월20일 현재 올해 대일 무역적자(잠정) 규모는 84억4천만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사상 최대 적자규모를 기록했던 지난 96년 상반기 적자(72억7천만달러)보다 16.1% 늘어난 수준이다. ◆ 부품 적자가 완성품 적자의 3배 수준 =외환위기 이후 주춤했던 대일 무역적자폭이 다시 확대되는 추세다. 지난 98년 46억달러에서 2002년에는 1백47억달러로 3.2배나 늘었다. 이런 추세가 이어질 경우 96년 최대적자 기록(1백56억8천만달러)이 깨질 것이란 전망이다. 대일 무역거래에선 컴퓨터 유선통신기기 영상기기 등 일부 품목을 빼곤 부품 완성품 모두 적자상태다. 특히 기계류 등 부품의 대일의존도는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해 기계ㆍ전기전자 적자(1백6억달러)중 부품 적자(79억달러)는 완성품 적자(27억달러)의 2.8배로 대일 무역적자의 53.7%를 차지했을 정도다. 비메모리 중앙처리장치(CPU) 등 반도체 부품도 무역적자 확대의 주범으로 꼽힌다. 지난 5월까지 수출 10억5천만달러, 수입 19억달러로 9억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반도체 제조용 장비의 적자도 2백80.6%의 가파른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아울러 전자응용기기 1백7.9%, 반도체 36.7%, 철강판 34.3%, 자동차부품 27.8%의 수입증가세도 두드러졌다. 다만 대일 수입증가율이 3월 31.8%, 4월 24.9%, 5월 11.1%, 6월(1∼20일) 9.2%로 점차 둔화되는 점은 고무적이다. ◆ 부품업체 M&A로 대형화해야 =대일 교역에선 첨단 가전제품 등 우리 주력 수출품의 수출이 늘면 늘수록 일본으로부터의 중간재 수입은 덩달아 증가할 수밖에 없는 수출입 구조가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힌다. 게다가 일본의 수입시장이 폐쇄적이어서 대일수출 확대에 한계가 있는 점도 장애요인으로 지적된다. 일본 경제가 장기 침체의 수렁에 빠져 있는 점 역시 마이너스 요인이다. 무역협회 김극수 동향분석팀장은 "정부는 첨단 부품기술의 외국인 투자를 적극 유치해 취약한 부품산업을 적극 육성해야 한다"면서 "업계에서도 기업간 M&A(인수합병)를 통한 부품업계의 전문ㆍ대형화를 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