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생각이 다르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와 빔 뒤젠베르크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유로존(유로화사용 12개국) 경기회복 방안을 놓고 마찰을 빚고 있다. 슈뢰더 총리는 10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ECB 책임자들이 유럽의 수출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달러대비) 유로화 가치를 적정하게 유지하고 있는지를 매일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강한 유로가 독일 경제회복의 발목을 잡고 있다"며 ECB의 '유로화 강세 방치'에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슈뢰더 총리의 이같은 발언은 ECB가 이날 금리정책회의에서 현행 2%인 기준금리를 동결한 직후 나온 것으로,시장개입을 통해서라도 유로가치를 떨어뜨려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또한 그동안 수차례 '추가금리 인하가 필요하다'는 자신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은 ECB측에 불편한 심기를 표출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에 대한 뒤젠베르크 총재의 반응은 차가웠다. 오는 11월초 퇴임이 거의 확실시되는 뒤젠베르크 총재는 "ECB의 통화정책은 올바른 방향(on a good track)으로 가고 있다"며 슈뢰더 총리의 시장개입 압력을 일축했다. 그는 한발 더 나아가 "유로존의 통화정책은 앞으로 상당기간 기존 정책을 고수할 것"이라고 강조,지난 2년 동안 단 한차례도 외환시장에 개입하지 않은 ECB의 정책이 더 이어질 것임을 강력 시사했다. 강한 유로가 유로존 경제성장을 방해하고 있다는 슈뢰더 총리의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논리를 폈다. 그는 "최근의 금리인하가 유로존 경제회복에 상당한 기여를 했다"며 "유로존 국가들은 재정적자 축소 및 노동시장 개혁을 통해 경제성장을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CB가 통화확대 조치 등 과감한 결단력이 부족하다는 슈뢰더 총리의 지적에도 "연금적자와 유럽연합(EU)의 재정적자 상한선(GDP의 3%)을 고려해야 하는 ECB의 고충을 이해하지 못하는 발언"이라고 맞받아쳤다. 신동열 기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