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수권 < 수필가.연세디지털미디어 대표이사 digitalav@digitalav.co.kr > 옛사람들의 노래에 이런 내용이 있다. "나물먹고 물마시고 팔베개로 누우니 세상에 부러울 것이 없다." 이것은 유유한 선비적 처신으로 해석할 수도 있겠으나 그보다는 일상의 삶 중에서 마음 편한 것을 제일로 여긴다는 표현이라 하겠다. 사람은 성취를 얻기 위해서 필사적인 노력을 계속하지만 그 과정 중에서도 심신의 편안함을 원하는 욕구가 가장 크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돈과 명예와 권력을 소유한 사람도 심신에 불편함이 있다면 이 또한 행복한 것은 아니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편안함 중에 미래를 기다리는 삶이야말로 사람이 소유한 최상의 복이 아닐까 싶어진다. 굳이 이런 논리를 들추는 것은 작금의 세상사가 사람들의 심기(心氣)를 편하게 해주는 것이 아닌 것 같아서이다. 이 시대같이 물질과 문명의 풍요를 구가하는 때가 또 있을까. 현대 문명은 삶의 편안함을 한없이 보장해 주는것 또한 사실이다. 따라서 살기에 불편함이 없고 일상의 안락함은 살만한 시대에 돌입해 있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살기 편안하다고 표현하지 않는 것은 어떤 연유일까. 사람들이 느끼는 막연한 불안스러움,차라리 어떤 대상이나 실체가 드러나 있어서 온몸으로 부딪쳐 헤쳐 나가야 된다는 절박함이 오히려 더 다행스러울지 모른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은 왠지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막연함 때문에 불안한 것이다. 사람의 행복은 그저 풍요로움에 기인한 것은 아닐진대,나물먹고 물 마시고 팔베개를 하더라도 미래에 대한 확신과 소망이 있다면 이는 살만한 세상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듯 단순한 논리가 삶의 철학이거니와 적요한 중에도 세상을 보듬고 열심히 살아가는 판세를 만들어 주었으면 하는 것이 많은 사람들의 소망일 것이다. 그런 소망을 만들어 주어야 할 일단의 책임을 가진 사람들,제 분야의 지도자들이 감당해야 할 소명이 다른 어느 때보다 절실한 것이 바로 지금이라는 것을 깨달아 주었으면 싶다. 이 시대는 어른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