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님 계세요?" "회의중입니다." "언제쯤 끝날까요." "글쎄요,오래 갈 것 같습니다." 요즘 유통업체 임원들에게 취재차 전화를 걸면 대부분 ?회의중?이다. 시도 때도 없이 회의를 한다. 이들이 회의중인 이유는 단 하나. 불황 타개다. "5개월 연속 매출이 떨어졌어요. 그런데도 뾰족한 대책이 없어요." 어렵사리 연결된 한 위스키업체 임원은 점심도 거른 채 회의를 했지만 묘안을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식음료업계도 마찬가지다. 임원들을 찾으면 회의중이거나 부재중일 때가 많다. 월요일 기획회의,화요일 실적평가회의,수요일 마케팅회의,목요일 영업회의….주제는 역시 실적 끌어올리기가 대부분이다. 한 음료업체는 매출이 20% 이상 줄어 위험하다는 얘기도 들린다. 백화점업계도 심각하다. 지난 2월 이후 5개월 연속 작년 같은 달에 비해 매출이 감소했다. 지난 4일부터 여름 세일을 하고 있지만 이번에도 기대 이하다. 참여 브랜드가 늘고 할인폭이 커졌는데도 매출은 줄었다. 패션몰 외식업소 할인점 재래시장 등도 흥을 잃은 지 오래됐다. 그동안 언론은 실물경기가 위험수위에 달했다고 끊임없이 지적했다. 한경도 일관되게 경기침체 실태와 산업계의 우려를 보도했다. 하지만 새 정부는 '언론이 불안을 부추긴다'며 무시했다. 언론을 탓하는 사이 4개월이 흘렀다. 정부는 뒤늦게 호들갑을 떨고 있다. 각종 세율을 낮추고 대규모 추경예산을 편성했다. 참여정부의 경제정책 수준은 대통령과 참모들에 의해 결정된다. 노 대통령과 참모들이 이번 상하이 방문을 통해 배운 게 많았다고 한다. 천만다행이다. 하지만 상하이의 발전상을 2003년 7월에야 보고 놀랐다면 정말 큰 문제다. 이런 정도면 국내 업계의 아우성이 들릴 리 없다. 유통업계가 회의중인 이유를 이젠 알았으면 좋겠다. 고기완 산업부 생활경제팀 기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