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관용 국회의장이 자신의 36년 정치인생을 돌아보는 '박관용 회고록' 초록을 10일 공개했다. 회고록은 1부 '비서관에서 국회의장까지' 2부 '정치,정치개혁 이야기' 3부 '북핵과 통일 문제' 등 3부로 구성됐다. ◆김현철씨 문제=청와대 비서실장으로 1년쯤 지난 1994년 "김현철(김영삼 전 대통령의 아들)이 모든 것을 다한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해결책을 찾기 어려웠다. 홍인길 당시 총무수석도 "대통령께는 절대 김현철 소장에 관해 말하면 안된다.아들에 대한 애정이 대단하다"고 말했다. 그로부터 6개월 정도 지났을 무렵 문득 훗날 '그때 비서실장은 뭐했나'라는 말이 나올 것이라는 데 생각이 이르자 결심했다. 그래서 "대단히 어려운 보고를 하나 하겠다"면서 김 전 대통령에게 말했다. 이에 김 전 대통령은 아무 말도 않고 듣고만 있었다. 얼마 후에 김 소장이 전화해 "아버지에게 내 얘기를 한 적이 있느냐"고 했다. 나는 "대통령과 종속적 관계에 있는 비서다.비서가 모시는 분에게 한 얘기를 어떻게 다른 사람에게 할 수 있나"고 말은 했지만 상대방이 불쾌할 것이라는 느낌이 직감적으로 들었다. 열흘쯤 뒤 한 비서관으로부터 "김 소장 측근들이 비서실장 몰아내기운동을 한다"는 보고를 받았다. ◆양김(兩金)정치=민주화에 대한 양김의 공헌은 누구도 폄훼할 수 없지만 양김은 며느리가 시어머니를 욕하면서 시어머니를 배우듯 자신들이 그렇게 욕하고 타도하려 했던 권위주의 시대의 통치방식을 그대로 답습했다. 1987년 양김의 분열은 그들이 진정으로 추구하는 것이 무엇이었는지를 돌이켜보는 계기가 됐다. 두 사람의 결별은 민주화 과정에서나 두 사람의 인생에서나 매우 보기 흉한 사건이었다. 양김의 10년 통치는 제왕적 대통령제로 자리매김했다. ◆노무현 대통령=노 대통령은 김대중 전 대통령보다 더 '소수 정권'을 이끌어야 할 어려운 처지다. 대통령의 힘을 동원해 여소야대 상황을 인위적으로 깨든,야당과 제대로 협력하든,시민단체와 손잡고 포퓰리즘으로 가든,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나는 노 대통령이 국회를 무대로 야당과 손잡기를 바란다. 한나라당이 성숙한 야당은 아니다. 그렇더라도 대화하는 방향으로 무조건 가야 한다. 여소야대라는 의석 구조는 노 대통령이 새로운 리더십을 발휘하는 좋은 무대가 될 수 있다. 나는 노 대통령에게 아픈 이야기를 많이 할 생각이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