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어느 여름날 밤, 서울 광화문역 근처를 지나던 김건희 작가(55)는 겹겹이 쌓여 있는 의자 더미를 발견했다. 시위대가 집회를 마친 뒤 정리해둔 수백 개의 의자들이었다. 그 모습에 홀리듯 빠져든 김 작가는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은 뒤 이를 그림으로 그리고, 다시 그 세부 곳곳을 크게 확대해 그리기 시작했다. 서울 청담동 이유진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김 작가의 개인전은 이런 작업의 결과물 20여점을 내건 전시다. 특별할 것 없는 의자들의 모습에 ‘꽂힌’ 이유에 대해 작가는 “의자들이 세상의 ‘불확실성’을 상징하는 것처럼 보였다”고 말했다. “시위라는 건 자기 신념을 강력하게 표현하면서 ‘자기가 옳다’고 주장하는 방법이잖아요. 그런데 살다 보니 세상엔 옳고 그름을 명확히 구분할 수 있는 일보다 그렇지 않은 미묘한 일들이 훨씬 더 많더군요. 시위가 끝난 뒤 남겨진 의자들의 지저분하면서도 쓸쓸한 모습이, 세상의 ‘진짜 모습’인 불확실성과 모호함을 상징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전시 제목을 ‘그렇다. 그리고 그렇지 않다’로 정한 것도, 원래 풍경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확대한 이미지들을 여러 장 그린 것도 세상의 이런 불확실성을 표현하기 위해서다. 흥미로운 건 작품 대부분이 캔버스가 아니라 갱지에 그린 유화라는 것이다. 작가는 “처음에는 값이 싸서 갱지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는데, 유화물감과 갱지가 만나 만들어낸 독특한 질감에 푹 빠져 계속 그리게 됐다”고 말했다. 딸을 홀로 키우며 생활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면서도 그림을 포기하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자사 간판 프렌차이즈 중 하나인 '홍콩반점 0410' 점검에 나섰다.3일 백 대표 공식 유튜브 채널에는 ''내꺼내먹_홍콩반점'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여러분의 말씀이 맞았어요'라는 제목으로 홍콩반점 점검에 나선 백 대표의 모습이 담긴 영상을 게재했다. 이는 백 대표가 진행하는 '내꺼내먹'에 "홍콩반점을 점검해달라"는 구독자들의 요청으로 만들어졌다. 백 대표는 대표 메뉴 시식뿐 아니라 배달 서비스까지 폭넓게 평가하며 냉정한 '기습 점검'을 했다는 평이다.시작은 배달이었다. 백 대표는 홍콩반점 한 지점에서 짜장면과 짜장밥, 탕수육을 배달시켰다. 배달 시간도 길지 않았고, 백 대표는 음식의 질에도 "배달이 이 정도면 맛있는 것"이라고 만족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그러면서 "다른 매장들도 이 정도만 되면 컴플레인 올라올 게 하나도 없다"고 자신감을 보였다.이후 본격적인 점검이 시작됐다. 제작진은 공정한 평가를 위해 미스터리 쇼퍼로 전국 홍콩반점 매장을 돌았다. 점검 결과 "면을 잘 안 털어서 그런지 싱겁다", "홀에서 먹는데 면이 불어 있고 짜장 소스가 뭉쳐 있다", "달걀이 타서 나왔다" 등의 부정적인 평가가 접수됐다.얼굴이 알려진 백 대표는 배달시켜 먹으면서 평가에 참여했다. A지점에서 배달된 짜장면을 먹은 백 대표는 "여러분들의 말씀이 맞았다"며 실망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면서 "내가 내 껄 스스로 디스해야 하네"라며 "면이 삶은 지 좀 된 식감이다. 깡통에 들어 있는 파스타 식감보다 조금 더 좋은데 미리 삶아놓은 걸 살짝 데쳤거나 오버 쿠킹 된
한국 클래식계를 이끄는 젊은 음악가 김선욱과 조성진이 지난 2일 한 무대에 섰다. 피아니스트 선후배던 두 사람은 이날 각각 지휘자와 협연자로 처음 만났다. 이날 조성진은 김선욱이 이끄는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쇼스타코비치 피아노 협주곡 제1번을 들려줬다. 트럼펫과 피아노의 앙상블이 중요한 이 작품에서 조성진은 탁월한 테크닉과 안정적인 호흡으로 감탄을 자아냈다. 앙코르 곡으로 다시 피아니스트로 돌아온 김선욱과 브람스 헝가리 무곡 5번을 듀엣으로 연주하자 관중석에서 환호성이 쏟아져 나왔다. 이곳은 서울의 대형 클래식 공연장이 아니다. 강원 횡성군 둔내에서 차로 30분, 굽이친 산길을 따라 올라가다 만나는 계촌마을의 야외 무대다. 인구 2000명도 채 안되는 이 작은 동네에서 둘은 그렇게 조우했다. 계촌마을에 클래식 축제가 열리는 건 올해로 10년째다. 축제 기간이 되면 마을 전체가 들썩인다. 비닐하우스와 공원은 공연장이 되고, 초등학교에는 연주자 대기실 문패가 붙는다. 농사짓던 마을 주민들과 부녀회 회원들은 축제 가이드가 되고, 푸드트럭 요리사가 되고, 주차 요원으로 관광객을 맞이한다. 계촌마을이 클래식과 인연은 맺게 된 것은 계촌초등학교가 학생 부족에 시달렸던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폐교 코 앞으로 다가오자 학교는 뭐라도 해보자는 심정으로 전교생이 참여하는 별빛 오케스트라를 창단했다. 오케스트라는 외지의 학생들을 하나둘 끌여들였고 폐교의 위기를 벗어나게 해줬다. 이러한 사연을 들은 현대차 정몽구 재단과 한국예술종합학교는 계촌마을에 '예술마을 프로젝트'를 제안했다. 그 일환으로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