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우리만 더 받으면 된다'거나 '(하청업체들이 나라경제를 생각하지 않고) 우리가 성과가 난 만큼 반드시 받아내야 한다'는 노조이기주의에서 탈피한지 오래다. 올해초 임금을 동결키로 한 일본 도요타자동차 노사의 결정은 매년 협상철만 되면 무리한 요구를 하며 밀어붙이는 우리나라 대기업 노조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난 2001년에도 1조엔(10조원 정도)이상 순익을 내고도 기본급을 인상하지 않은 도요타자동차가 올해에도 1조엔 가량의 순익을 올렸으나 노조 요구로 임금을 동결한 것이다. 이유는 일본경제가 전반적으로 디플레이션 상태에 있어 생활비 상승요인이 없는데다 회사의 국제경쟁력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국제경쟁력 유지를 위해 노조 스스로 임금동결을 결정하고 이익의 대부분을 시설투자 등에 쓰도록 조치한 것이다. 일본내에서 도요타의 사례는 놀랄일도 아니다. 지난 5월 협상을 타결한 미쓰비시 중공업노사 역시 지난해 이익이 발생했지만 전반적인 사회경제적 분위기를 감안,보너스만 임금의 1개월치분 인상하고 기본급은 동결키로 합의했다. 노조의 힘이 막강한 유럽에서도 임금인상을 둘러싼 과격분규는 그리 흔치 않다. 물가와 경제성장 등을 감안해 임금협상을 벌이는데다 이미 노사의식이 성숙해 있어 '나 죽고 너 죽기'식의 극력투쟁은 없다. 노사 모두 현실과 동떨어진 무리한 요구는 자제한다. 독일 네덜란드 등 유럽기업들의 임금인상률은 대부분 2~3%대에서 주로 타결되고 노사간 임금인상 요구율 격차도 1%가 안된다. 이를 놓고 밀고 당기며 협상을 벌이는 것이다. 우리나라 노동계 처럼 경영실적이 나빠 회사가 문을 닫을 지경인데도 두자릿수의 임금인상을 요구하는 노조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처럼 경영실적과 물가,사회경제적 분위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임금을 올리다보니 대기업-중소기업,정규직-비정규직 등 근로자 끼리의 임금격차도 크지 않다. '나만 잘먹고 잘살면 된다'는 극단적 이기주의 대신 '함께 사는 사회'라는 공동체의식이 원만한 임금협상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셈이다. 아시아 경쟁국들도 한국보다 임금은 대체적으로 싼 편이다. 우리나라를 무섭게 뒤좇아오는 중국은 물론 1인당 국민소득이 우리의 2∼3배에 달하는 대만 싱가포르도 우리 근로자보다 임금수준이 낮고 임금인상률 역시 미미한 편이다. 이때문에 한국기업들의 경쟁력이 갈수록 약화되고 있다. 요즘에는 한국의 고임금에 못이겨 인건비가 싼 중국이나 동남아로 나가는 기업들이 줄을 잇고 있다. 윤기설 노동전문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