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명문대의 경영학석사(MBA) 학위가 인기를 누리면서 국내 대학들이 앞다퉈 외국 대학과 제휴, MBA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 외국 대학과 공동학위나 복수학위를 수여하는 데서 나아가 MBA 스쿨 자체를 그대로 '수입'하려는 대학도 생겨나고 있다. 지난 1월 미국 듀크대와 MBA 복수학위 협정을 맺은 서울대 경영대학원은 2학기에 1명의 석사과정 학생을 듀크대에 보낸다. 이 학생이 3학기를 수강하고 돌아오면 서울대와 듀크대에서 모두 학위를 받게 된다. 서울대 경영학과 최도성 교수는 "듀크대와의 제휴로 서울대 MBA 프로그램의 국제적 위상이 높아졌다"며 "두 학교 교수의 교환강의를 포함한 프로그램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려대 경영대학원은 내년 1학기부터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UBC)과 제휴, IMBA(International MBA) 과정을 개설한다. 고려대에서 1년과정을 마친 뒤 UBC에서 6개월, 중국의 자오통대학에서 6개월간 수업을 받으면 고려대의 MBA 학위뿐 아니라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의 IMBA 학위를 동시에 취득할 수 있는 과정이다. 연세대도 지난 97년부터 미국 워싱턴대(UW)와 공동으로 GEMBA(Global Executive MBA) 과정을 만들어 워싱턴대의 학위를 주고 있고 세종대는 미국 시라큐스대와 제휴, 세종ㆍ시라큐스 글로벌MBA 코스를 개설, 세종대 MBA 학위와 시라큐스대의 수료증을 같이 주고 있다. 현재 외국 명문대와 제휴를 추진중인 대학도 많다. 성균관대는 조만간 미국 명문 MBA스쿨중 한 곳과 제휴해 경영대학원 자체를 들여올 계획이다. 성균관대는 대학원장과 교수를 모두 외국인 교수로 임명하고 커리큘럼도 그대로 '수입'한다. 김영규 성균관대 경영전문대학원장은 "기업들이 외국 MBA를 선호하고 있어 외국 명문대의 MBA 프로그램을 그대로 들여오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한양대도 내년부터 미국 오리건대 교수를 초빙, '한양-오리건 MBA 과정(가칭)'을 운영할 계획이다. 이처럼 외국대 MBA 개설이 붐을 이루면서 제휴 과정서 국내 대학이 불리한 조건을 감수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모 대학 관계자는 "최근 미국 명문대와의 공동학위 추진과정에서 거액의 대가를 요구받았다"며 "국내 대학은 조건이 다소 불리해도 외국대학의 이름을 빌릴 수 있는 제휴에 매력을 느낄 수 밖에 없다"고 털어놓았다. 성균관대가 2001년 미 남가주대학(USC)와 MBA 공동학위 프로그램을 만들기로 하고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으나 조건이 맞지 않아 포기한 것은 이런 이유 때문으로 분석된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