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비 40억원이 넘는 블록버스터 게임이 쏟아지면서 국내 게임산업이 일대 전환기를 맞고 있다. 게임제작에도 영화못지 않은 대규모 자본을 투입하는 사례가 잇따라 블록버스터 게임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세계 온라인게임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한국게임산업의 위상이 이같은 변화를 가능하게 만들고 있다. 불과 4~5년만에 게임 개발기술이 세계적 수준으로 급성장,미국 일본 등 세계 게임강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가 됐다. 국내 온라인게임업체들이 게임의 신화를 낳은 '리니지'를 비롯해 연이어 대박을 터뜨리며 넉넉한 종잣돈을 확보한 것도 블록버스터 게임이 등장하게 된 배경이다. ◆왜 블록버스터인가 최근 들어 게이머들의 관심을 끄는 신작게임은 대부분 40억원 이상의 제작비를 쏟아부은 대작(大作)이다. 환상적인 3차원 그래픽과 다양한 각도로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제작된 엔씨소프트 '리니지Ⅱ'의 경우 초기 마케팅비용을 포함한 제작비가 80억원에 이른다. 올해 국내에서 제작된 블록버스터 영화 '튜브'의 제작비와 맞먹는 수준이다. 2∼3년 전만 해도 게임 제작비는 많아야 3억∼5억원에 불과했으나 3차원 게임으로 진화하면서 그 비용이 기하급수로 불어났다. 3차원 게임을 제작하는 데는 2차원 게임에 비해 고가의 장비와 고급 개발인력이 필요해 제작비가 뛰게 마련이다. 리니지Ⅱ를 제작하기 위해 미국 어니얼사 등에서 게임엔진과 소프트웨어,서버장비를 구입하는 데만 10억원 가량의 돈을 들였다. 여기에다 2년6개월에 걸친 개발기간동안 1백여명의 게임개발자가 투입돼 인건비로만 50억원이 나갔다. 5월말 공개시범서비스에 들어간 한빛소프트의 3차원 온라인게임 '탄트라'도 3년여의 제작기간 동안 60여명의 개발인력이 투입된 대작게임이다. 순수개발비만 50억원을 쏟아부었다. 탄트라는 게임 마케팅에도 천문학적인 자금을 쏟아부은 케이스다. 프로게이머 강도경과 박정석씨를 광고모델로 기용,동성애를 불러일으키는 파격적인 티저광고로 게이머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여기에다 인기가수 이현우씨를 게임 O S T 제작에 참여시켰다. 온라인게임 '뮤'로 승승장구하고 있는 웹젠의 김남주 사장은 "게임 스케일이 커지면서 그만큼 인력과 장비가 많이 투입되고 마케팅의 중요성도 커져 게임제작비가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게임강국 견인 역할 톡톡 블록버스터 게임시대의 개막은 국내 게임산업의 질적·양적 성장에 촉매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대작게임이 잇달아 쏟아지면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이는 게임산업 발전에 선순환 효과를 낼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국게임산업개발원의 김민규 박사는 "갈수록 투자대비 효과가 큰 대작게임으로 승부를 내려는 경향이 강해질 것"이라며 "게임 개발 기술 향상은 물론 고용 창출 등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는 "비벤디 EA 아타리 등 세계적 게임업체와 견줄만한 블록버스터 게임을 국내 업체들이 내놓고 있는 것은 국내 게임산업이 그만큼 성장했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메이저 게임업체로 재편 대작 게임이 게임산업을 주도함에 따라 게임도 자본의 논리에 지배받게 됐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국내 게임산업이 '자금력'에 눌려 기형적으로 성장할 것을 걱정하고 있다. 국내의 게임개발업체는 줄잡아 2천여개에 이른다. 이들 업체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소게임개발업체는 주요 시장인 블록버스터 게임에서 점점 멀어질 수밖에 없는 처지다. 그러나 2백억∼3백억원의 막대한 자본을 게임 제작에 쏟아붓는 비벤디 EA 아타리 등 세계적 게임업체들에 대항하려면 국내 게임업계가 메이저업체를 중심으로 재편될 필요성이 있다는 견해도 있다. 써니YNK의 윤영석 사장은 "게임개발이 프로그램 그래픽 음향 등 전문분야로 갈수록 세분화되고 있어 분야별 전문가를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성패의 열쇠가 될 것"이라며 "메이저 게임사를 중심으로 업계가 재편되는 것은 자연스런 현상"이라고 말했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