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가 침체의 늪에서 빠져 나올 수 있는가 여부는 전적으로 기업의 투자회복에 달려있다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도 경제난 타개를 위해 기업 투자가 필수적이라고 판단한 듯하다. 그는 최근 한 국제회의에서 "기업투자를 가로막고 있는 규제는 과감히 고쳐나가고 금융ㆍ세제면에서도 뒷받침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사상 최대규모의 현금을 보유중인 기업들이 왜 투자를 하지 않는지 원인을 찾아내고 이를 해결할 능력이 정부에 있는가 하는 점이다. 정부가 규제완화에 나서겠다고 하지만 실천에 옮겨질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재계가 요구하는 현안 하나하나가 노 대통령의 공약이나 지지층의 요구와 배치되기 때문이다. ◆ 수도권공장 설립 삼성전자는 기흥과 화성공장 라인 증설이 허용되면 2010년까지 약 73조원을 투자할 방침이다. 연내 투자만도 3조5천억원에 이른다. 올해 추경예산안과 맞먹는 규모다. 쌍용차도 평택공장 증설을 위해 1천5백억원을 투자하기로 했지만 성장관리권역 내 공장증설 제한 때문에 고심하고 있다. 재계는 경제효과와 LG필립스LCD의 파주공장 신설 허용에 대한 역차별을 들어 규제완화를 요구하고 있다. 정부도 첨단산업에 대한 규제는 풀어야 한다는데 사실상 동의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정부의 핵심 국정지표중 하나인 지역 균형개발과 상충한다는게 문제다. 지방을 살린다고 공약해 놓고 1년도 안돼 수도권 규제를 풀 경우 정치적 부담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결국 지방에 대한 획기적인 지원책이 나올 연말께 가야 이 문제도 동시에 해결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 출자총액제한 재계가 줄기차게 폐지를 주장해온 핵심 요구사항이다. 노 대통령도 대선 후보시절 출자규제가 정상적인 제도가 아니라는 점을 인정했다. 과도기적 상황에서 재벌의 문어발식 확장을 규제하기 위한 방편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 재계는 물론 학계 일각에서도 기업 투자를 가로막고 있는 제1요인으로 출자규제를 꼽고 있다. 이찬근 인천대 교수는 "출자총액 제한으로 기업 내부의 자본시장이 급격히 위축됐고 이는 투자축소로 이어지는 결과를 낳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시민단체 등이 폐지를 강하게 반대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출자규제 문제에 대해 당장 해결책을 내놓을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 특히 이 문제는 국내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과 직결된 현안이다. 따라서 참여정부는 지배구조 투명성 문제를 해결하면서 출자규제를 완화하는 '패키지 딜'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 기타 규제들 이밖에 동일인 및 동일계열 여신한도 제한도 중복규제라는 점에서 재계가 강력히 개선을 요구하고 있는 현안이다. 또 개별사업장에서는 안전관리 규제를 여러 부처가 중복 담당함으로써 기업의 비용부담을 키우고 있다고 재계는 주장한다. 정부는 이 같은 요구사항 가운데 타당성 있다고 판단되는 것부터 순차적으로 규제를 풀어갈 계획이다. 우선 오는 8월에는 외국인 투자촉진 지원과 공장설립 및 입지관련 규제를 본격적으로 검토하고 연말까지 기업준조세, 금융회사의 영업활동, 건축, 수출입 통관 관련 규제를 규제개혁위원회에서 논의해 확정짓는다는 방침이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