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WALL STREET JOURNAL 본사 독점전재 ] 중국 반환 6주년을 맞은 지난 1일 홍콩에서는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발생했다. 홍콩 주민들은 평화적이고도 질서정연한 방법으로 현 정부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정치적 의사표현을 자제해 왔던 홍콩 사람들이 거리로 몰려나왔다는 것 자체가 중국 본토 정부에 많은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다. 전체 인구가 7백만명인 홍콩에서 50만명이 시위에 참가했다는 것은 매우 인상적이다. 경찰이 시위 장소인 빅토리아공원을 봉쇄하는 등 강경책을 폈지만,대규모 시위대를 막지는 못했다. 정부가 탄압할수록 홍콩 주민들의 의지도 더 강해졌기 때문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홍콩 사람들은 비민주적 정치 시스템에 대해서는 어쩔 수 없다고 자포자기하는 심정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뭔가 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점점 팽배해지고 있다. 홍콩 주민들의 대규모 시위는 중국 정부에 대한 '불만'과 뭔가를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융합된 행동이었다. 특히 불만은 중국의 눈치만 살펴온 둥젠화 행정장관에게 집중됐으며,자신감은 홍콩 주민들의 목소리를 중국 정부에도 전달할 수 있다는 데서 비롯됐다. 당시 홍콩을 방문 중이던 원자바오 총리가 시위 발생 전 베이징으로 돌아간 일은 매우 안타깝다. 그는 홍콩대를 찾았지만 학생들과의 대화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학생들이 국가안전법 제정을 반대하고,자유 신장을 공개적으로 요구할 것이 확실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홍콩 방문기간 중 어떠한 정치적 슬로건도 내세우지 않았다. 다만 국가안전법이 홍콩 주민들의 자유를 결코 침해하지 않는다는 말만 반복했을 뿐이다. 그러나 원 총리가 홍콩에서 주민들을 직접 만났다는 사실은 매우 고무적인 일로 평가할 만하다. 몸소 홍콩 주민들의 생각을 접할 수 있었던 기회였기 때문이다. 이제 그를 포함해 중국 지도자들이 홍콩에서의 시위를 어떻게 평가하고 처리하느냐에 세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중국 정부는 우선 둥 장관을 교체해야 한다. 홍콩 주민들의 반감에도 불구하고 그는 지난해 중국 정부에 의해 2007년까지 재신임됐다. 물론 지도자를 임기 중 바꾸는 데는 위험이 따르지만 더 큰 비용을 줄이는 방법을 모색할 시점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홍콩의 새로운 지도자는 사회 모든 계층의 목소리를 들어줄 자세가 갖춰져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중국 지도부도 이런 생각에 반대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홍콩이 본토의 도움 없이도 안정과 번영을 지속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게 중국 지도부의 뜻이기도 하다. 아울러 민주주의를 확대하면 결코 체제 안정을 이룰 수 없다는 둥 장관의 말에 원 총리를 비롯한 중국 지도부는 더 이상 속아서는 안된다. 민주주의가 억압되고 있는 점이 홍콩을 불안하게 만든 요인이다. 둥 장관은 홍콩 주민들의 권리는 무시한 채 중국 지도부에 대한 충성만을 일관되게 보여줬던 게 그동안의 현실이다. 지난 1일 대규모 시위를 벌였던 홍콩 주민들은 여전히 애국적 중국인들이다. 그들이 중국에 대해 반란을 일으킨 것도 아니다. 자신들의 지도자를 스스로 선출하지 못했다는 좌절감을 대규모 평화시위로 표현한 것일 뿐이다. 정리=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 -------------------------------------------------------------- ◇이 글은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2일자)에 실린 'A Message for Beijing'이란 사설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