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진한 국내 경제를 '내외국인 투자 활성화'로 일으켜 세우겠다는 정부의 '동북아 경제중심' 구상이 초장부터 시련에 빠졌다. 국내 기업들은 까탈스러운 노조와 정부 규제를 피해 해외로 빠져 나가는 가운데 외국기업의 국내 직접투자(FDI)는 급감하는, 전형적인 '투자 공동화(空洞化)'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서다. 국내외 기업인들의 마음을 붙잡을 정책 처방이 뒷받침되지 않은 '슬로건 행정'의 환골탈태가 발등의 과제임이 재확인됐다는 지적이다. ◆ 한국은 직접투자 '적자국' 외국인 직접투자는 정부가 개방을 본격 추진하기 시작한 지난 98년 이후 계속 증가하다 2000년부터 꺾이고 있다. 지난 1∼5월까지의 투자액(실적 기준)은 4억1천2백만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8억1천2백만달러)의 절반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국내 기업의 해외 직접투자도 2000년 이후 줄고 있지만 외국인의 직접투자액 감소폭이 훨씬 더 크다. 이에 따른 직접투자 수지(외국인 직접투자액-내국인 해외투자액)가 지난해 7억달러 적자를 낸데 이어 올들어서도 5월까지 3억5천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더 걱정스러운 것은 외국인들이 정부에 투자 신고까지 마쳤다가 투자를 늦추거나 아예 취소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상반기중 외국 기업들은 47억8천4백만달러를 투자하겠다고 신고했으나 실제 투자 실적은 32.7%(15억3천4백만달러)에 불과했다. 올해 투자 취소ㆍ지연 실적은 오는 8일께 발표될 예정이지만 작년보다 더 부진한 것으로 보인다고 산업자원부 관계자는 말했다. ◆ 지지부진한 '투자유치 제도' 현 정부는 지난 2월 출범 이후 '동북아 경제중심국으로의 도약'을 새 성장 비전으로 제시하며 해외 기업 투자유치에 드라이브를 걸고 나섰다. 그러나 국내 기업인도 질리게 만드는 초(超)강성 노조와 정부의 어정쩡한 노동정책,특정 이익집단의 논리에 말려 농업 서비스업 등의 시장개방에 미온적인 정부의 태도 등 열악한 '투자유치 인프라'가 정부의 이같은 비전을 '헛구호'로 전락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동북아 경제중심이 되기 위한 제도 마련도 지지부진하다. 산자부가 제안한 현금보조제(연구개발 시설에 투자하는 외국기업에 투자액의 10∼20%를 현금으로 되돌려주는 지원 조치)는 부처간 논란으로 결론을 못내고 있다. 투자 유치의 핵심 장치라는 경제자유구역법은 1일부터 시행에 들어갔지만 정작 외국인 투자자들을 위한 교육ㆍ의료 등 관련법이 국내 이해 당사자들의 반발에 밀려 입법화되지 못하면서 '절름발이 법'이 됐다. 이창재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동북아연구개발센터 소장은 "내외국 기업의 투자환경을 제로베이스에서부터 전면 재점검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박수진 기자 park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