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개성공단 '시작이 반'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남북 경제협력의 초석이 될 개성공단 착공식이 열린 지난달 30일.남측 인사들을 태운 버스가 행사장에 도착한 것은 서울을 출발한 지 꼭 두 시간 만이었다.
군사분계선을 넘어 울퉁불퉁한 비포장 도로를 시속 20km 이하로 달려간 길 치고는 너무나 가까웠다.
북측 대표단이 평양을 출발해 고속도로를 타고 개성공단 현장까지 달려온 시간도 두 시간이었다.
서울에서 70km 떨어져 있으니 경의선 철도와 남북 연결도로가 개통되면 1시간 거리다.
공단 조성이 끝나고 우리 기업들이 현지에 입주할 경우 서울에서 출퇴근도 가능한 곳이다.
1백70km나 떨어져 있는 평양보다는 서울과 더 가까운 이웃 동네인 셈이다.
공단 후보지도 부지 조성공사에 별다른 어려움 없는 경사가 완만한 평야지대인 데다 지장물도 별로 눈에 띄지 않았다.
공단 예정지에서 개성 시내까지도 불과 30분.포장도로라면 15분이면 충분해 저렴하고 풍부한 북측 노동력을 활용하기에도 안성맞춤이다.
남북에서 내건 논리대로 경제적인 시각에서만 보면 개성공단 사업은 '남(南)도 좋고 북(北)도 좋은' 프로젝트임에 틀림없어 보였다.
서울과 가깝고 공단 부지의 입지 여건도 뛰어났다.
여기에 저임금의 풍부한 노동력이 뒷받침되고 있다.
개성공단이 계획대로 차질없이 조성되고 운영된다면 남북경협의 교과서가 되기에 부족함이 없는 환경이다.
이 때문인지 착공식에 참석한 남북 관계자 모두 어느 때보다 고무적인 발언을 쏟아냈다.
북측의 리종혁 아·태평화위원회 부위원장은 "기존 관계에 얽매이지 말고 (개성공단 사업을) 혁신적으로 하자"고 제안했다.
행사 직후 개성시내 자남산 여관에서 열린 오찬에서도 북측 관계자는 "오늘만큼은 이곳에서 (유로화나 달러 대신) 남측 화폐를 쓸 수 있게 해주겠다"며 한껏 분위기를 돋웠다.
남측의 화답도 이에 뒤지지 않았다.
'시작이 반'이라 했다.
개성공단 사업은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이 많겠지만 7천만 겨레의 관심 속에 첫 삽을 뜨는 데 성공했다.
착공식을 취재하고 돌아오는 길에 서울에서 개성공단까지 출퇴근하는 차량 행렬을 상상해봤다.
강황식 건설부동산부 기자 his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