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정보화는 왜 필요하고,어떻게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대기업이 아닌 중견.중소기업 경영진들에겐 매년 똑같이 되풀이되는 질문이다. 교과서는 많고 전문가도 많지만 피부에 와닿게 시원한 해답을 주는 사람을 찾기는 쉽지 않다. 사단법인 기업정보화지원센터는 지난해 처음 발간한 "기업정보화 가이드북-우리회사 정보화,이렇게 성공했다"의 두번째편을 내놓았다. 기업정보화 책임자가 자기 회사 최고경영자(CEO)에게 정보화 투자의 필요성을 설득하는 장면,정보화 프로젝트가 실패로 돌아간 때를 회상하는 장면 등이 생생하게 펼쳐진다. 여기서 소개하고 있는 대표기업 3곳의 사례를 통해 기업정보화의 성공비결을 살펴본다. -------------------------------------------------------------- '베지밀'로 유명한 정식품은 ERP(전사적 자원관리) 도입으로 남은 인력을 감원하지 않고 다른 부문에 재배치,직원들의 저항을 최소화해 ERP 도입에 성공했다. 정식품은 전통을 중시하고 신뢰를 주는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었지만 구닥다리라는 인식 역시 공존하고 있었다. 새로운 변신이 필요하다고 경영진은 판단했다. IMF 경제위기가 한창이던 1998년 6월,다른 회사들은 정보화 예산을 줄일 때 회사 전반에 대한 업무 프로세스 혁신을 위해 ERP 도입을 결정했다. ERP는 변화가 빠른 식음료업계에서 리얼데이터를 얻게 해준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또 생산현장과 영업소의 데이터들이 전사적으로 공유되고 부서간 업무가 유기적으로 연결,원가 절감과 생산성 제고에 크게 기여했다. 정식품에는 또 ERP 시스템이 매출 1천억원 달성의 주역으로 기억되고 있다. 실제로 2000년 10월30일,전 임직원들이 매출 1천억원 돌파의 카운트 다운을 지켜볼 수 있었던 것도 ERP 시스템 덕분이었다. 정식품이 ERP 구축에 들인 비용은 총 16억원.그 효과는 첫 해인 2000년에 5억원,2001년 13억원,지난해 21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회사가 ERP 시스템을 가동하던 초반에는 임원진에서부터 영업사원,그리고 갑자기 할 일이 없어진 업무보조 사원들까지 모두가 새로운 시스템에 대해 낯설고 불편해 했다. 그러나 임원진이나 영업사원들을 상대로 그동안 남에게 맡겨왔던 자료의 입력과 조회를 스스로 할 때 얼마나 편리한지를 설득해 들어갔다. 또 자신의 일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노력하고 단순 업무에 매여 있던 직원들에게는 새로운 영역을 찾아 본연의 업무를 할 수 있게 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당시는 매출이 신장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인원 절감보다는 재배치 쪽으로 방향을 잡을 수 있었다"며 "조직의 변화관리를 무리없이 수행하기 위해서는 매출 신장이 이루어지고 있는 시점에 ERP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