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생 동안 더욱 개선된 B형간염 치료제 연구에 매진하겠습니다." 최근 시판에 들어간 생약성분의 간염 치료제 '헤파가드정'을 개발한 경북대 의대 정태호 명예교수(73)는 "헤파가드정은 40여년간 지속된 B형간염 바이러스 연구의 결과물"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정 교수는 "헤파가드정은 진주초(필란투스 유리나리아)에서 추출한 생약제제로 부작용이 거의 없고 약 복용을 중단하더라도 재발률이 낮다"며 "기존 치료제와 함께 사용하거나 기존 치료제로 고칠 수 없는 환자에게 사용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B형간염 예방주사가 보편화된 80년대 이후부터 간염 환자들이 많이 줄었지만 산모가 보균자일 경우 아기에게 병이 옮는 '모자간 수직감염' 사례는 여전히 빈번하다"고 설명했다. 헤파가드정은 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부터 일반의약품으로 허가를 받아 지난 16일부터 시판에 들어갔다. 이 약은 전문의약품이 아닌 일반의약품으로 허가받았기 때문에 간염 환자들이 의사의 처방전 없이 약국에서 직접 사서 복용할 수 있다. 대학(경북대 의대) 재학 때 간염 연구의 권위자인 정환국 교수를 통해 간염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정 교수는 지난 1958년 수도육군병원에서 군의관으로 복무하면서 본격적인 간염 연구를 시작했다. "당시 연구자들 사이에서 간염 치료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진주초를 집중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 정 교수의 이같은 노력은 성과를 거뒀다. 오랜 연구 끝에 국산 진주초가 외국산에 비해 뛰어난 간염 치료 효과가 있다는 것을 밝혀낸 것.이같은 효과는 각종 임상시험에서도 입증됐다. 97년에는 정 교수의 진주초 추출물을 복용하고 B형간염을 치료한 홍콩 섬유재벌 제로쿠 사장 등의 투자로 ㈜헤파가드(대표 최광배)가 설립되면서 헤파가드정 개발이 본격적으로 이뤄지게 됐다. 정 교수는 "식약청 허가를 위해 9개월간 시행한 임상시험 결과가 예상에 못미쳤다"며 "생약은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므로 1년 이상 장기간 임상시험을 진행했다면 치료효과가 더 높게 나왔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는 "앞으로 간염 치료제와 함께 간암 치료제 연구도 병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송대섭 기자 dss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