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식자들 사이에 '독일병(病)'이 화두로 떠올랐다. 힘센 노조, 최소 근로시간, 과잉 복지, 빗나간 참교육, 그리고 그 결과물인 놀고 먹는 근로자, 공부 안하는 학생들…. 독일병은 '라인강의 기적'으로 칭송받던 독일 경제를 '성장률 0%'로 주저앉혔다. 영국병ㆍ일본병보다 더 치유하기 힘든 난치병으로 지목받는 판이다. 독일병을 독일인의 시각에서 해부한 '착하지 않은 사람이 잘되는 세상'(디르크 막스아이너 외 저, 한국경제신문사)은 '한국병'으로 바꿔 읽어도 별로 어색하지 않다. '괴테의 메피스토 법칙'이란 부제가 암시하듯 '좋은 의도에 나쁜 결과, 나쁜 의도에 좋은 결과'를 낳은 무수한 사례들이 바로 '지금 여기(한국)에서'도 목격되고 있으니까. 조흥은행 노조 파업은 닷새 만인 일요일(22일) 새벽 끝이 났다. 그러나 이제 겨우 '파업대란'의 한 파도를 넘었을 따름이다. 전교조 연가투쟁(21일)에 이어 대구ㆍ인천ㆍ부산 지하철노조(24일), 철도노조(28일), 한국노총(30일), 민주노총(7월2일) 등 파업사태가 줄지어 예고돼 있다. 농민들도 한ㆍ칠레 자유무역협정(FTA)에 반발해 지난 금요일(20일) 고속도로를 주차장으로 만들었다. 이쯤되면 힘든 생활에도 조용히 참고 견뎌 왔던 서민들은 시쳇말로 '등신' 소리를 듣기 딱 알맞다. 오죽했으면 참다 못한 경영인(CEO포럼)들이 재야ㆍ학생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시국성명'까지 발표하면서 "잘못된 국정 청사진을 버리라"고 정부에 촉구했을까 싶다. 이번 주 '하투(夏鬪)', 우리 사회가 이를 어떻게 푸는가는 한국경제의 향후 10년을 좌우할지도 모른다. 노조를 잘 안다던 대통령도 급기야 "일부 노조운동이 도덕성ㆍ책임성을 잃어가고 있다"고 염려했고 '노동자 편을 들겠다'던 노동부 장관조차 "노조 요구가 과도하다"고 비판하기에 이르렀다. 외국인이나 기업인들은 아직도 정부 노동정책을 못 미더워한다. '좋은 의도'가 너무나 폭넓게 '나쁜 결과'를 만들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여전히 냉랭한 경제를 외줄 위에 올려 놓고 흔들면서 어찌 잘되길 바라겠는가. 초여름 한낮 불볕이 아스팔트를 뜨겁게 달구고 체감온도는 높아지고 있다. 차라리 장마가 빨리 왔으면 좋겠다. < 경제부 차장 ohk@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