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 비즈니스 허브의 목표를 '물류 중심국'에 두자는 주장은 우리의 지경학(地經學)적 경쟁우위를 최대한 활용하자는 현실론에 기반을 두고 있다. 세계 2위 경제대국 일본과 '세계의 공장'인 중국 사이에 위치해 있는 만큼 사람과 화물, 정보 등 '교류'의 중심 역할을 하는 기회를 잡아야 한다는 설명이다. 물류중심은 지난해 동북아 허브 논의가 시작된 이후 가장 시급하면서도 실현 가능성이 높은 대안의 하나로 꼽혀 왔다. 지난 20일 한국경제신문사가 한국국제경영학회와 공동으로 개최한 세미나에서도 '물류와 정보기술(IT)에 초점을 맞추는 전략'이 동북아 허브 비전의 최우선과제로 꼽히기도 했었다. 제조업보다 물류가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물류를 포함한 서비스 산업의 발전 가능성이 풍부하다는 사실을 논거로 들고 있다. 우리 서비스 산업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생산하는 비중이 54.1%(2001년 기준)에 불과해 미국(74.4%)이나 일본(66.8%) 등과 비교할 때 아직 20% 포인트 정도 발전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다국적 기업들이 물류 부분에서 새로 추진하고 있는 '재고 집중화'와 '지연 전략'도 물류중심론자들이 주목하고 있는 흐름이다. 이 전략은 재고를 소수의 중요 거점에 집중시켜 전체 재고량을 줄이면서도 최종 조립은 소비자들의 요구사항이 완전히 파악되는 최종 시점까지 늦추는 것이 골자다. 이에 따라 다국적 기업들은 전세계 모든 나라에 물류거점을 두던 옛날 방식에서 탈피, 주요 지역거점마다 중앙집중형 물류센터를 통합 운영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런 추세에 능동적으로 대응해 동북아 지역 물류센터를 검토하는 다국적 기업을 우리가 유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와 함께 물류중심의 경우 다른 산업발전을 부르는 파급효과가 크다는 점도 물류론자들이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이유다. 싱가포르 네덜란드 등의 예를 볼 때 물류 중심지에서 출발하여 금융중심지, 그리고 경제중심지로 발전해 왔다는 공통점이 있다는 설명이다. 현실적인 실현 가능성도 높은 편이다. 국제 물류는 일본과 중국을 앞서고 있고 이미 중심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해운의 경우 선박보유량 기준으로 세계 8위이고 국가별 컨테이너 처리량의 경우도 중국 미국 등에 이어 세계 6위 수준이다. 항만별로 보면 부산항이 지난 2002년 9백33만TEU를 처리해 홍콩 싱가포르에 이어 세계 3위의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항공운송도 아시아지역과 북미, 유럽지역을 연결하는 지리적 이점을 바탕으로 높은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1990년~2002년 동안 우리나라의 수출은 연평균 7.0% 증가한 반면 항공화물 수출액은 연평균 12.5% 증가했다. 한ㆍ중ㆍ일 3국을 비교해도 큰 차이가 있다. 중국 항공사들은 한국 내 3개 지점과 일본내 15개 지점에 운송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일본의 항공사들은 한국 내 3개 지점과 중국내 15개 지점에 운송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 항공사들은 중국 28개 도시와 일본 38개 공항에 취항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물류는 최근 화물연대 파업에서 보듯 집단행동 한 번에 '마비'될 정도로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국제 및 국내 물류를 연결하는 '복합운송' 경쟁력이 취약하다는 얘기다. 노사관계를 안정시키고 각종 제도와 시스템을 선진국 수준으로 정비하지 않으면 다국적 기업의 물류거점을 유치하기 어려울 것이란 지적도 많다. 권영설 경영전문기자 yskw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