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동북아허브정신 고취를..제프리 존스 <前주한상공회의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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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정부의 경제과제인 '동북아 경제 중심국가'실현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반신반의하는 것 같다.
필자도 종종 이 문제에 대한 질문을 받는다.
외국투자자들은 '실질적 개혁 없는 말뿐인 정책'이라 하고,한국인들은 '실현 불가능한 목표'라고 단정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동북아 경제 중심국가가 되기 위한 노력의 흔적을 여기저기서 목격하는 필자로서는 이 목표가 실현 불가능한 '환상'이라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
동북아 경제 중심국가 실현방안은 무엇일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기업하기 좋은 시설과 여건을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사회간접자본시설 등의 하드웨어적 측면에 초점을 둔 나머지 넓은 창고,높은 건물을 짓는 것이 동북아 경제 중심국가가 되는 길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하드웨어에 초점을 둔 방안은 자본의 낭비만 초래했다.
하드웨어적 방안은 필요조건은 돼도,충분조건은 아니다.
우리는 이러한 예를 상하이의 푸둥에서 볼 수 있다.
중국은 동북아 경제 중심지를 건설하고자 수년 전부터 푸둥에 파이낸스센터와 같은 건물들을 많이 지었다.
그러나 선진 기업들이 오지 않아 빌딩들은 텅텅 비어 있다.
중국의 오판이었다.
하드웨어는 동북아 경제 중심지 건설방안의 핵심이 아닌 것이다.
사회간접자본시설의 하드웨어적 실현방안보다는 소프트웨어적 실현방안이 더 중요하다.
여기서 말하는 소프트웨어적 실현방안이란 '허브정신'이다.
허브정신이란 소프트웨어적 방안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몇가지 법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이러한 규정들의 개정 필요성을 인식하고 실행키 위한 조치를 마련 중이다.
첫째,근로자를 해고할 수 있게 하는 노동법이다.
이 문제가 고통스럽고,정책적으로 민감한 사안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해고할 수 있게 해야 외국투자자들의 한국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근로자들의 작업환경을 개선시켜 주며,생산성을 향상시킬 것이다.
둘째,세율인하정책으로 재정경제부가 합당한 개선책을 마련하고 있다.
셋째,환율규제를 지속적으로 완화시켜 궁극적으로는 해제해야 한다.
금융감독원에서 이러한 조치를 마련 중이다.
우리는 시장원리를 믿고 따라야 한다.자유시장경제 하에서 기업들은 때때로 실수한다. 기업들의 실수에 시장은 즉각 반응한다.
따라서 정부와 시민은 기업이 실수할 경우,자유시장경제 질서에 위배되는 새로운 법을 제정하고자 하는 유혹을 떨쳐야 한다.
신용카드산업이 좋은 예이다.
최근 문제가 된 신용카드회사들의 부실은,법적으로 명시된 기준을 따르지 않고 카드발급을 무분별하게 발행함으로써 초래됐다.
이것은 정부나 시스템의 잘못이 아니다.
따라서 신용카드회사들은 주주들에게 더 많은 자본을 투자하라고 요구해 회사 부실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이는 기업 경영이 잘못됐을 때 새 법을 제정해 그 잘못을 시정하려고 하기보다,시장의 자율적인 판단에 맡겨 기업 스스로 책임지게 하는 것을 의미한다.
법률과 규정 체계의 완화라는 소프트웨어적 측면 외에 노동력의 질적 향상을 도모해야 한다.
한국노동자의 생산능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며 뛰어난 기술자들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회계사 변호사 펀드매니저 등의 전문가들이 부족하다.
대학은 졸업 후 바로 업무에 투입될 수 있도록 현실경제에 필요한 능력을 개발할 수 있는 창의적인 교육시스템을 마련하는데 중점을 둬야 한다.
마지막으로 국제화 시대에 걸맞게 영어구사력을 높여야 한다.
한국인 근로자를 고용하려는 외국기업들은 종종 그들의 영어실력에 대해 불만을 털어놓는다.
손학규 경기지사는 이 문제를 인식해 예산의 일부를 경기도민의 영어교육에 투자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허브정신 함양의 올바른 길이다.
허브정신을 고취하는 것이 건물이나 시설투자보다 더 중요하다.
물론 가시적인 성과를 볼 때 하드웨어적인 방안보다 소프트웨어적인 방안을 수립하는 것이 훨씬 더 어려운 일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몇년 전만 돌아본다면,우리가 소프트웨어 방안의 핵심인 허브정신을 함양하는 데 얼마나 소홀했는지 알 수 있다.
허브정신의 함양을 동북아 경제 중심지 실현의 선결과제로 삼는다면 한국은 빠른 시일안에 그 목표를 달성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