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및 산업 경쟁력이 붕괴 단계에 들어서는 징후가 나타나는 등 우리 경제가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상황에 직면해 있어 실질적인 구조조정 등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한국경제연구원은 17일 발표한 '한국경제의 실상과 현안 정책과제'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한경연은 산업생산증가율이 작년 4ㆍ4분기 9.5%에서 올 4월 1%대로 급감하는 등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경기에 직면했으며 설비투자도 1ㆍ4분기에 3.4% 감소한데 이어 4월에도 4.2% 줄어드는 등 부진이 심화돼 성장잠재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외환위기 극복과정에서 형식적인 부채비율 축소, 인력감축 위주의 기업 구조조정에 치중한 반면 전반적인 기술혁신 능력은 약화돼 기업ㆍ산업의 성장잠재력도 급속히 떨어져 경쟁력이 붕괴단계에 진입하는 징후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진단했다. 이에 따라 구조적 취약성이 심화돼 저성장추세가 장기화되면 실업증가와 소득증가 둔화 등의 문제가 야기돼 우리 경제가 감내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됐다. 보고서는 IT(정보기술) 등 신기술산업이 아직까지 전통산업ㆍ대기업그룹의 성장동인을 대체하기 역부족인 상황에서 경제성장을 견인하는 주력산업 및 대기업그룹의 성장잠재력이 약화돼 '조로화'가 진척되는 것이 시급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경연은 비교적 개선된 기업 재무구조도 '부채비율 2백%'라는 획일적 기준을 강요한 정부 주도 아래 이뤄진 단기적인 결과일 뿐 실질 투자를 이뤄내지 못한 만큼 오히려 성장기반을 잠식할 것으로 우려했다. 따라서 생산성 및 효율성 증대를 위한 실질적인 기업구조조정과 이를 통한 산업경쟁력 강화가 절실히 필요하고 부진한 직접금융시장 대신 간접금융의 활성화를 통한 기업의 투자증대를 유도하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분석했다. 한경연 이수희 박사는 "통화정책 일변도의 거시정책운용을 지양하고 중기 물가안정목표를 우선하는 등 안정된 거시경제환경 조성을 위한 통화ㆍ재정정책을 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인기영합보다 공정성을 중시하는 정부 조정기능 강화를 통해 포퓰리즘적 경향이 정착되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권영설 경영전문기자 yskw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