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코너] 집단 목소리 커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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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시청 앞에서 얼마 전 시위가 벌어졌다.
베이징올림픽경기장이 들어서게 된 빌라단지 주민들이 보상비를 올려달라고 요구했다.
경비와 실랑이를 벌이는 모습이 사뭇 달라진 중국을 느끼게 한다.
중국 인민들이 대담해지고 있다.
이해관계가 걸려 있거나 부당하다고 판단되면 공권력에 도전하기를 주저하지 않는 인민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사스가 확산일로일 때 톈진 등 일부지역 주민들은 사스지정병원 건립에 반대하며 난동을 부렸다.
자신의 권익 보호를 위해 법에 호소하기도 한다.
지난 5년간 개인이 공안(경찰) 등 정부를 상대로 낸 피해배상 소송은 46만건에 이른다.
최근 들어선 지역구 의원 해임이나 정부 제도에 대한 위헌 심사까지 요구하는 수준에 이르고 있다.
선전시 난산구의 인민대표대회 위원 간접선거에 참가했던 주민 33명은 '천훼이빈이라는 위원이 부적절하게 선출됐다'며 그의 해임을 요구하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신분증을 소지하지 않은 외지인을 강제수용하는 제도의 위헌여부를 심사해 달라는 법학박사들의 연명서도 전국인민대표대회에 제출된 상태다.
광저우에서 거류증을 갖고 있지 않아 수용소에 끌려간 우한 출신의 청년이 얻어맞아 사망한 사건이 언론에 의해 부각되면서 20년 이상 시행된 제도의 폐지를 요구하는 목소리까지 나온 것이다.
눈길을 끄는 건 인민과 언론들의 '공권력 도전'에 대한 중국 지도부의 태도다.
중국 경제의 고도성장에 기여한 사회주의식 밀어붙이기 정책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도 있지만 큰 걱정을 하지않는 모습이다.
중국의 한 경제관료는 "인민들이 자신들의 주장을 펴는 것은 사회의 선진화를 의미한다"며 "국정운영에서 특정집단의 이익보다 국익을 우선하는 원칙이 서 있어 문제될 게 없다"고 말했다.
"일본은 소수 농민의 반발을 극복하지 못해 동북아 허브공항 자리를 인천국제공항에 넘겨줌으로써 1억2천7백만명의 일본인들이 누릴 이익이 사라졌습니다."
집단이기주의가 판치는 한국도 국익을 우선하는 국가시스템이 절실하다는 충고로 들린다.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