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대구에서 밝힌 국가균형발전 구상은 종래와 다른 지방육성 의지가 엿보인다. 선(先)지방육성 후(後)수도권 계획적 관리,혁신주도형 지방경제로의 전환 등의 원칙은 그동안 수도권 집중억제를 통한 지방육성이란 간접방식과 분명히 다르다고 볼 수 있다. 제시된 7대 정책과제도 생각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담고 있다는 느낌이다. 그러나 국가균형발전이라는 비전에는 공감하면서도 몇가지 측면에서 유의해야 할 점도 적지 않다. 당장 걱정되는 것은 최근 현안이 되고 있는 수도권 공장 신·증설 문제다. 선지방육성 후수도권 계획적 관리 원칙을 경직적으로 적용하고 나서면 이 문제를 풀기가 대단히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외국기업은 되고 국내기업은 안된다는 역차별은 이런 선후 원칙과 무관하게 해소돼야 한다고 본다. 무엇보다 기업투자 자체를 위축시키고선 지방육성도 기대할 수 없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혁신주도형 지방경제는 가야 할 방향이라는 점에서 이론이 있을 수 없다. 지방을 먹여살리던 산업들이 성숙단계를 지나고 있었음에도 제 때 산업혁신을 못한 것이 지방경제를 침체시킨 큰 원인이고 보면 지역혁신체계 시범사업은 평가할 만하다. 공공기관 지방이전,지방대 연구개발예산 집중지원도 이런 방향에서 나왔을 것이다. 하지만 지역혁신체계는 그 본질이 어디까지나 '내생적(內生的) 동력'에 있다. 공공기관 몇개 온다고 발전이 보장되는 게 아니라 지역 스스로 구조조정과 차별화 노력이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지방대 육성만 해도 어차피 몇개 대학이 성장의 축이 돼야 하는데 그러자면 부실한 수많은 지방대의 구조조정이 우선이다. 역시 가장 걱정되는 것은 정치적 논리나 인기영합주의의 유혹이다. 제대로 되는 특구도 하나 없는 판에 지역발전특구라는 것을 새로 추진하겠다는 것은 그런 우려를 갖게 한다. 적당히 나눠먹는 식이 돼버리면 혁신을 통한 지방경제 육성은 정말 기대하기 어렵다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