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구가 전통의 강호 아르헨티나의 벽을 넘지 못하고 A매치 2연패를 당했다. 한국은 1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아르헨티나와의 경기에서 비교적 잘 싸우고도 골잡이 하비에르 사비올라에 결승골을 허용, 0-1로 패했다. 아르헨티나와의 역대 전적에서 2전2패가 한국은 이로써 움베르투 코엘류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이후 5경기에서 1승1무3패의 초라한 성적을 이어갔다. 특히 5경기를 치르는 동안 단 1골 밖에 뽑지 못하는 '킬러 부재'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한국은 또 우루과이전을 포함해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5번 내리 고배를 마시는 불운을 안았다. 출발은 좋았지만 아르헨티나의 저력을 넘기에는 한국은 골 결정력이 너무 부족했고 전보다 나아졌다고는 하나 수비는 여전히 결정적인 순간 빈틈을 보였다. 코엘류 감독은 조재진을 원톱에 기용하고 그동안 공격형 미드필더로 뛰었던 유상철을 중앙수비로 끌어내리는 등 스리백 카드로 승부수를 띄웠다. 월드컵 4강신화의 원동력이었던 스리백은 '몸에 잘 맞는 옷'이었고 그 결과 전반 40분까지는 한국의 흐름으로 이어졌다. 상대의 예봉을 강한 압박과 거친 플레이로 저지했고 수세에 몰리면 5명으로 늘어난 수비라인도 공간을 내주지 않으려 작정한 듯 수비수간의 협력플레이도 돋보였다. 또 공격에서도 이천수와 이영표의 왼쪽 측면이 활기를 띠면서 경기의 주도권을 장악했으나 공세를 펴고도 센터링이 정교하지 않아 완벽한 슈팅기회를 얻지 못한 정도가 옥에 티였다. 그러나 물샐틈없는 방어막을 형성했던 수비라인이 종료 휘슬 2분을 남기고 순간집중력을 잃었고 조병국과 유상철의 밀착수비에 묶여 있는 듯 없는 듯 했던 사비올라에 선제골을 허용했다. 43분 막심 로드리게스가 페널티지역에서 빈공간으로 볼을 내줄 때 수비수들은 돌아 들어가는 하비에르 사네티를 놓친 것이 화근이었다. 김태영의 마크를 뚫고 사네티가 찔러준 볼을 사비올라가 넘어지며 슛, 그물을 갈랐다. 앞서 7분 이을용의 중거리슛 뒤 우위를 점하기 시작한 한국은 12분 송종국이 낮게 깔아찬 강력한 슈팅이 골문을 외면, 관중들의 탄식을 자아냈고 28분 김남일이 절묘한 드리블로 만들어낸 찬스에서 이천수가 골로 연결하지 못했다. 한국은 후반 송종국과 이을용을 빼고 이기형과 왕정현을 투입했으나 기울어진 승부의 저울추를 되돌리기에는 힘이 부쳤다. 13분 교체 투입된 최태욱이 헛발질로 완벽한 찬스를 무산시킨 한국은 되레 2분뒤 수비라인이 상대 개인기에 무너지며 사비올라에 추가골을 내줄 위기를 맞았으나 이영표가 가까스로 걷어 내 가슴을 쓸어내렸다. 한국은 이후 마음만 급했지 좀체 정교한 득점 기회를 만들지 못했고 보다 못한 팬들은 국방부의 특별외출을 받은 안정환을 연호했지만 몸 상태가 최적이 아니었던 안정환은 끝내 벤치를 지켰다. 38분 조재진이 이천수의 코너킥을 머리에 댔으나 잘 맞은 볼이 골문을 살짝 빗나가 관중들의 장탄식이 그칠줄 몰랐다. (서울=연합뉴스) 박재천.옥철.심재훈기자 jc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