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채시장 투기장 변질 우려 ‥ 금리반등때 금융시장 '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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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고채시장이 투기에 가까운 과열양상을 보이고 있다.
금융권을 떠돌던 부동자금들이 앞다퉈 국고채시장으로 몰려가는 형국이다.
11일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유통수익률)는 장중 한 때 사상 처음 연 3%대로 떨어져 하루짜리 콜금리(연 4.0%)보다 낮아졌다.
이는 지난 2001년 2월7일(국고채 5.20%, 콜금리 5.25%) 이후 사상 두 번째로 벌어진 기현상이다.
최근에는 국채선물시장을 중심으로 투기세력까지 가세,금리 하락세(채권값 강세)에 가속을 붙이고 있다.
시장 일각에선 자칫 국고채가 금융시장의 새로운 '뇌관'이 될까 우려하고 있다.
◆ 금리 되올릴 재료가 없다
국고채 금리가 너무 낮아졌다는 점을 빼곤 금리를 되올릴 만한 재료를 찾기 어렵다.
우선 수급면에서 이달중 국고채 발행은 1조9천억원에 불과하다.
추경예산 편성시 적자 국채 발행도 없다.
국민연금에서만 매달 약 2조원의 국채를 사는 점을 감안할 때 기관들의 '국고채 갈증'은 당연하다는 지적이다.
또 2ㆍ4분기 경제지표들이 악화일로이고 3ㆍ4분기까진 경기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전망도 국고채 '랠리'(금리 하락ㆍ채권값 초강세)를 부추기고 있다.
세계적으로 저금리 기조 속에 한은이 콜금리를 조만간 추가 인하할 것을 시장에선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 우려되는 투기 거품
한국은행은 금리 하락속도가 너무 빠르다는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윤한근 한은 금융시장국장은 "채권시장의 기대가 너무 한 쪽으로만 쏠리고 있다"며 "하반기에는 금리가 상승할 요인이 많다"고 제동을 걸었다.
앞으로 경기 회복조짐이 가시화되면 지나치게 떨어진 국고채 금리가 급반등할 수 있다.
이는 '연쇄적인 채권 투매→펀드 수익률 하락→대규모 환매사태→금리 폭등→금융시장 마비'라는 악순환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우려하는 대목이다.
지난 2001년 2월에도 국고채시장 과열 뒤 금리 폭등을 경험한 바 있다.
◆ 들고만 있어도 연 10% 수익률
국고채 금리는 한은이 콜금리를 내린 지난달 13일(연 4.34%)에 비해 한달새 0.31%포인트 하락했다.
이를 채권값으로 환산하면 한달새 수익이 국고채 1만원당 80원(0.8%)이다.
1백억원당 8천만원 꼴로 번 셈이다.
여기에 기간 이자 등을 합쳐 연율로 계산하면 국고채를 보유한 기관들의 연 수익률은 10%에 이른다.
연 3%대 금리에 놀란 한은이 이날 부랴부랴 구두개입에 나섰지만 시장의 신뢰가 떨어져 반응은 미온적이었다.
한 증권사 채권딜러는 "국고채를 사서 들고만 있어도 연 10%의 차익을 올릴 수 있는데 국고채를 팔라고 하면 요즘 유행하는 말로 '등신'소리를 듣는 분위기"라고 꼬집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