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직장인들의 생활풍속도가 외환위기 직후와 비슷한 '위기관리 및 불황대응형'으로 바뀌고 있다. 샐러리맨들은 나들이 외식 등을 자제하고 자가용 대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등 씀씀이를 대폭 줄이는 한편 구조조정 등에 대비하기 위해 퇴근 후나 주말을 이용해 또다른 직업을 가지는 '투잡스(two jobs)'족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8일 계명대학교 부설 뉴비즈니스연구소(소장 김영문)에 따르면 지난달 12일부터 약 보름간 직장인 3백82명을 대상으로 투잡스에 대한 관심도를 조사한 결과 전체의 74.9%가 투잡스를 희망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이 가운데 11.2%가 아르바이트 등 여러 형태로 투잡스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직장인 10명중 1명은 이미 투잡스족인 것으로 분석됐다. 투잡스 희망자들의 연령은 30대와 20대가 각각 43.4%, 30.8%로 나타나 신세대 직장인일수록 직장생활에 대한 불안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투잡스를 하고 싶은 분야에 대한 조사에서는 '인터넷분야'가 19.6%로 가장 많았고 '외식분야' 16.8%, '무점포ㆍ재택분야' 13.3%, '프랜차이즈 분야' 12.6% 등으로 조사돼 대부분 '자영업'을 원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소측은 "경기가 위축되고 장래 경제전망도 불투명하다 보니 직장인들 사이에 외환위기 때와 같은 구조조정에 대한 우려감이 팽배해지고 있다"면서 "'투잡스족' 현상은 불황기 직장인의 전형적인 풍속도"라고 진단했다. 테마파크 등의 나들이 소비도 자제하는 분위기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 서천범 소장은 "에버랜드 롯데월드 서울대공원 등은 연초만 해도 주5일 근무제 확산 등으로 입장객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으나 불황이 깊어지면서 예상이 빗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직장의 일상생활도 '자린고비형'으로 바뀌고 있다. 재계에서 가장 잘 나간다는 삼성 직원들조차 최근 2차 회식이나 폭탄주 등을 삼가도록 한 그룹방침에 따라 회사차원이든 개인적이든 소비를 줄이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 본관 주변의 호프집 카페 등의 매출이 20% 이상 줄었다고 상인들은 전한다. 서울역앞 대우빌딩의 경우 작년 일평균 구내식당 이용자가 3천2백명 정도였으나 최근 들어 이용자가 3천6백명선까지 늘어나 직장인들의 '외식삼가' 분위기를 반영했다. 삼성그룹 공제회관 구내식당도 하루 이용객수가 연초 3천5백명선에서 요즈음은 3천9백명 안팎으로 늘었다. 자가용 운전을 포기하고 버스 지하철 등 대중교통이나 회사출퇴근 버스를 이용하는 추세다. 울산 구미 기흥 등에 있는 대기업 공장들에 따르면 출퇴근 버스를 이용하는 사원들이 연초보다 평균 10% 이상 늘었다. 외국어 등 자기계발도 외부 학원 대신 사내 교육기회를 최대한 활용하는 짠돌이들이 늘고 있다. 현대건설의 경우 최근 들어 외국어 사내교육의 수강 대기자들이 작년에 비해 배나 많은 1백명에 달한다. 신경원ㆍ이방실 기자 shi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