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코너] 북한 핵에 대한 日 기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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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9일 일본의 니가타항에 모습을 드러낼 북한의 여객화물선 '만경봉호'는 일본을 드나드는 다른 외국배들과 전혀 다른 대접을 받게 된다.
닻을 내리자마자 배안에 올라온 십수명의 해상보안관들은 두 눈을 번뜩이며 구석구석을 이 잡듯이 뒤질 예정이다.
법무성이 파견한 입국심사관들은 배를 드나드는 외부인과 승객의 동태를 24시간 감시한다.
승무원들에게는 상륙금지 조치가 내려져 있다.
재무성 지시를 받는 50여명의 세관원들은 마약탐지견과 이동식 X선 투시장치까지 동원해 배안을 훑고 다닌다.
두 눈을 부릅뜬 건 이들 뿐이 아니다.
사스방역 담당공무원도 배로 올라간다.
국토교통성이 파견한 십수명의 외국선박감독관들은 배의 구조와 설비,장치 등을 샅샅이 뒤지고 파헤친다.
외곽감시의 경찰병력은 예외로 하고 근 1백명에 달하는 일본공무원들이 합동작전에 나서는 셈이다.
만경봉호에 펼쳐질 살벌한 풍경은 북한을 바라보는 일본의 현 시각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거울이다.
북한에 의한 일본인납치 문제가 사실로 밝혀지고,북한이 핵개발로 치달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일본은 '북한 때리기'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외교라인에는 대화와 압력이라는 강·온 카드가 혼재한 것처럼 보여도 "대화를 중시하는 그룹은 북한의 대변자"라는 강경발언(아베 신조 관방부장관)이 대중적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다.
6일로 예정된 노무현 대통령의 일본방문은 이같은 기류와 시기적으로 맞물려 있다.
햇볕정책 지지를 공언한데 이어 대북한 정책을 놓고 미국과 불화가 있었던 것처럼 비쳐진 노 대통령의 방일이 갖는 의미와 중요성이 미국방문에 비해 뒤지지 않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일본은 한국과의 정책적 합의를 중시합니다.
그러면서도 합의가 일관성 있게 지켜지지 않을 경우 북한의 이간질 책동이 끼어들 것으로 우려하는 분위기입니다."
일본을 방문하고 최근 서울로 돌아간 한 정치인의 코멘트는 노 대통령이 풀어놓을 한마디 한마디의 말이 한·일 공조와 북핵문제 해법에 얼마나 큰 무게를 갖게 될 것인지를 시사하고 있다.
도쿄=양승득 특파원 yangs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