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오는 7일로 '신경영 10주년'을 맞는다. 이건희 회장이 지난 93년 6월7일 독일 프랑크푸르트로 전 임원을 소집해 '양 위주 경영'에서 '질 위주 경영'으로 전환을 선언한지 10년. 삼성은 발빠른 변화를 거쳐 이제 세계 일류기업의 대열에 섰다. 삼성은 신경영 10주년을 전환점으로 삼아 경영의 키워드를 '질 경영'에서 '인재경영'으로 바꾸기로 했다. 핵심인재 확보를 통한 미래사업 투자를 가속화한다는 구상이다. "천재 한 명이 천 명, 만 명을 먹여살린다"는 이 회장의 생각은 5일 사장단 회의를 통해 구체화된다. ----------------------------------------------------------------- '사람에 대한 투자를 대폭 늘려 미래의 캐시카우(cash cow:돈을 벌어주는 사업)가 될 차세대 성장산업을 선점한다' 신경영 10주년을 맞는 삼성의 향후 경영전략은 이같이 요약된다. 경영의 핵심키워드는 '인재경영'이다. 신경영 1기의 캐치프레이즈가 '질(質)경영'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경쟁력의 핵심을 '경영의 품질'에서 '경영의 주체인 사람'으로 옮긴다는 의미다. 삼성은 사실 꾸준히 인재경영을 부르짖어 왔다. 이건희 회장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5년 10년 후 명실상부한 초일류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인재를 조기 발굴하고 체계적으로 키워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해 왔다. 그럼에도 삼성이 구태여 인재경영을 향후 10년을 이끌 경영 키워드로 내세운 것은 글로벌경제체제에서는 다국적 기업과 맞설 수 있는 인재의 확보 여부가 성패를 좌우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5∼10년 뒤 그룹을 이끌어갈 글로벌 인재를 확보하지 않는 한 그룹의 미래도 없다는게 이 회장의 판단. 그러나 이 회장의 기준으로는 그동안 강조해온 인재경영의 결과가 여전히 미흡한 실정이다. 박사급 인력이나 MBA 스카우트는 많았지만 눈에 띄는 임원급 인력유치는 기대에 못미치고 있다. CEO급 임원 유치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삼성이 원하는 우수 인재는 각 분야에서 세계적인 수준의 전문성을 갖추고 해외 유수 기업에 근무하면서 글로벌 감각과 선진경영 감각도 겸비한 인물. 특히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경험과 실력을 갖춘 임원급의 인재다. 삼성은 이같은 인재 확보를 위해 우선 그룹내 교육시스템을 재정비할 방침이다.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인재를 양성할 수 있도록 내부시스템을 정비한다는 것. 또 해외 인재의 스카우트도 확대키로 했다. 벌써부터 삼성 계열사 사장들의 중요 업무 중 하나가 우수인재 유치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을 정도다. 우수인재 유치여부는 CEO 평가에서도 중요한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내년 초 사장단 인사에서는 1∼2명의 외국인 사장이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삼성은 우수인재를 국내로 불러오는데 그치지 않고 아예 해외에 연구개발센터를 차릴 계획이다. 주목적은 우수인력 확보.생활환경과 문화적인 차이 등 때문에 한국으로 들어오기를 꺼리는 외국인들을 현지에서 스카우트해 활용하자는 전략이다. 미국과 영국 등 선진국은 물론 러시아 중국 인도 베트남 등 옛 사회주의권 과학기술강국으로 손을 뻗친다는 구상이다. 자체 양성 또는 해외에서 스카우트한 글로벌 인재들로 하여금 미래 성장산업을 주도케해 초일류 기업으로서의 입지를 보다 확고히 한다는게 신경영 2기를 맞는 삼성의 구상이다. 김성택 기자 idnt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