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부터 이틀 일정으로 서울에서 열리는 한·미 통상회의는 전례없이 맥빠진 협상이 될 전망이다. 미국측이 요구해온 민감한 통상 현안들을 한국 정부가 미리 수용하는 '저자세'를 보임에 따라 뚜렷한 쟁점이 부각되지 않고 있어서다. 미국은 이번 한·미 통상 실무회의를 통해 △다임러크라이슬러의 픽업트럭 다코타의 적재함 하드 덮개 허용 △경차 규격 확대(8백㏄→1천㏄) △자동차 수입관세 및 특소세 인하 등을 강력히 요구할 것으로 알려져왔다. 그러나 건설교통부가 지난달 29일 자동차관리법 시행규칙을 개정,오는 8월부터 픽업트럭 적재함에 덮개 설치를 허용하기로 미리 발표해 통상현안 의제에서 빠지게 됐다. 건교부 관계자는 "다코타의 적재함 크기가 2.35㎡로 국산 1t 트럭보다 크기 때문에 덮개를 씌워도 소비자가 승용차로 오인할 염려가 없다고 판단돼 허용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한·미 통상회의를 불과 5일 앞두고 전격적으로 이루어진 이같은 결정은 미국을 지나치게 의식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다코타와 비슷한 픽업트럭인 무쏘스포츠를 판매하고 있는 쌍용차 관계자는 "우리가 덮개 설치 허용을 건의했을 때는 불법 개조라고 불허하더니 미국 자동차회사가 요구하니까 우리에게도 덮개 설치를 허용해준 점은 아쉽다"고 말했다. 경차 규격 확대는 정부가 두 달여 전인 지난 3월 말 경제정책조정회의에서 결정한 사안이다. 배기량에 따라 3단계로 나누어진 승용차 특소세 체계를 올해 말까지 2단계로 단순화하는 방안도 이미 발표한 사안이어서 협상 쟁점으로 떠오를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이종규 재정경제부 재산소비세심의관은 "한·미 통상회의에 승용차 특소세 담당자를 보내달라는 요청은 없다"고 말해 이번 통상회의는 맥빠진 협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이밖에 자국이 개발한 신약이 한국의 최저실거래가 제도,참조 가격제 등으로 인해 싼 값에 판매되지 않도록 관련 규정을 개정해줄 것을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한국 정부는 이번 회의에서 한국산 D램에 대한 미국의 상계관세 부과 예비 판정의 부당성 등을 지적할 방침이다. 홍성원 기자 anim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