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2일 청와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취임 1백일(4일)을 맞이하는 소회를 피력하면서 서민경제안정에 주력하고 탈 권위주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밝혔다. ◆경제 분야 -국정운영의 중심을 경제안정,서민생활 안정에 두겠다고 했다. 경제를 전문가에게 맡기겠다고 했다가 대통령이 전면에 나선 것은 경제가 나빠졌다는 인식의 변화인가. △경제를 운용하는 사람에겐 경제철학이 있다. 시장시스템과 복지부문 지출 등의 문제는 경제철학에 속한다. 이것은 대통령이 해야 한다. 그러나 금리,추경,SK문제,카드채 등 시장원리의 운용에 관한 것은 전문가에게 맡긴다는게 변함없는 원칙이다. 경제의 불확실성에 대해 많은 말들을 하고 있어 '효과적인 처방이 무엇인가'라고 물으면 대통령의 확고한 의지 표명이라고 한다. 장관이 수차례 표명해도 신뢰를 못하고 동요하는 것에 대해 대통령이 직접 회의에 참석해 확인하고 결정한다. 재계와도 만나 불확실성을 제거하기 위해 대화해야 경제위기가 살아날 수 있다. 전문가만으로 안되는 것에 대해선 대통령이 다잡아 나가겠다. -최근 재계 단체장들과 3차례 회동했는데 경제안정에 도움이 되지만 주로 대기업에 치우친 감이 있다. △투자야말로 성장잠재력을 확충하면서 물가에 부담없이 장기적인 체질을 건전화한다. 투자 여력이 많은 집단이 대기업이다. 중소기업은 형편이 안된다. 대기업이 많이 투자해야 중소기업의 가동률도 올라간다. 서민에게 돈을 직접 주는게 서민경제를 위하는 것이 아니다. 서민경제는 경기변동이 극심하면 타격을 입는다. -대선 후보시절 가장 높은 경제성장률을 약속했는데 지금은 그 의지가 없어진 것인지. △성장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를 위해 기술혁신,동북아허브 전략,내부갈등을 줄이고 효율성 있는 나라와 국민통합을 이루기 위한 지역균형발전 등을 내건 것이다. 그 다음에 여성인력 활용인데 일부 정책이 올해 추경부터 들어간다. 올해 성장률을 3%대니 뭐니 제시했는데 제가 6∼7%라고 얘기하면 금방 신용이 떨어질 것이다. 분위기상 지금 안하고 있지만 강력하게 성장지향의 정책을 하고 있다. -기업투자를 위해 수도권 규제완화 정책을 추진하는 것 같은데 지방분권화의 후퇴가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수도권 억제를 전반적으로 풀겠다는 생각은 갖고 있지 않으나,어떤 정책은 지방에 아무 도움도 안되면서 수도권만 어렵게 만드는 것도 있다. 지방정책을 대단히 높은 순위에 놓고 추진중이다. ◆북핵문제 -북한이 핵을 보유할 경우 한국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핵보유 사실 자체가 대단히 중요하지만 사실에 대한 판단은 그 다음 행동에 여러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협상이 진행되고 해결을 위해 세계적으로 노력이 집중되는 시기에 해결 노력에 별 도움되지 않는 단정적 인식이나 정보의 표현은 적절치 않다. 다만 북한핵은 절대 용납하지 않으며 반드시 평화적 방법으로 해결한다는 원칙을 가지고 앞으로 문제를 풀어가겠다. ◆정치분야 -김대중 정부와의 관계는 '자산과 부채를 모두 승계하겠다'는 대통령의 말속에 함축돼있는데,신당과 특검 진행상황을 보면 그 때의 말과 현실은 정반대로 가고 있다. △국민의 정부가 한 주요정책중 긍정적 정책에 대해 일관성을 유지하지 않은게 없다. 그러나 아무리 자산 부채를 승계해도 불법적이고 부정적인 것은 청산해야 한다. (현대상선 대북송금 특검은) 권력남용과 부당대출 문제가 있는데 어떻게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나. 또 여러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남북정상회담의 정치적 역사적 평가는 달라지지 않는다. 신당 문제는 제가 관여하지 않는다. 민주당이 가진 정통야당으로서의 정통성은 그대로 살려나가야 한다. 그러나 민주당이 가진 지역성은 해소하거나 극복해야 한다. -대통령의 거친 화법이나 자극적 표현,역설적이고 반어적인 표현들이 문제로 거론되기도 한다. 그런 표현들이 탈 권위의 주요한 수단이라고 생각하나. △탈 권위의 문화는 시행착오가 있더라도 반드시 추진해 보고 싶은 방향이다. 한국의 지도자들이 과거에 목이 너무 뻣뻣했고,가까운 참모에게 너무 두려운 존재여서 앞에서 말도 제대로 할 수 없는 존재였다. 미국 대통령이 자주 TV에 나가 활발하게 말하는 것에 대해선 거부감 없으면서 한국 대통령이 자주 나오면 너무 자주 나온다고 하도 지적을 많이 한다. 이중성은 버려야 한다. ◆측근·언론문제 -측근인 이기명씨의 용인 땅 매매와 개발을 둘러싸고 의혹이 일고 있다. 지난 번 회견에서 '주변사람들의 경제적 활동에 대해 모두 비리인양 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했는데 제대로 설명이 안된 부분이 있다. △사적 거래이므로 문제가 없다고 하지는 않았다. 저와 가까운 사람이든 먼 사람이든 거래 자체에 의혹이 있어야 의혹을 제기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용인땅 복지시설 사업인허가 문제는 용인시장과 경기지사가 할 일인데 이들이 노무현의 측근인가. 한나라당이다. (한나라당은) 자기당 소속 단체장들이 부정할 것처럼 말하고 있는 것인데 무슨 신빙성이 있는가. -대통령은 지난 주 언론사 편집·보도국장 오찬간담회에서 협조를 요청했다. 언론과 관계를 재정립하겠다는 의향인가. △언론과의 관계는 원칙적인 관계로 계속 가겠다. 때때로 화나는 일이 있으나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원칙대로 할 것이다. 점심먹으며 협조 당부한 것은 "형님이 부동산 투기를 얼마나 했길래 이럴 수 있느냐.봐주십시요"라고 한 것이다. 정말 의혹이 있다는 확신을 가질 때 보도해달라.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없는 것 같기도 한데 마구 써대면 어떻게 하겠나. 잘못이 있다면 책임지겠다. 조사해서 처벌받도록 하겠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