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경기 호전 조짐과 달리 국내 경기는 아직도 '안개속'이다. 정부가 긴급 경기부양을 위해 4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키로 했지만 이 정도로 '약효'를 낼 수 있을지 아직 가늠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전문가들은 금융시장 불안의 뇌관으로 꼽히는 카드채 후속 조치, 청산위기에 빠진 SK글로벌 처리, 부동산투기 억제대책 마무리 등이 예정된 6월을 지내봐야 향후 경기의 가닥을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조흥은행 매각건, 레미콘차량ㆍ버스ㆍ택시업계의 세금인하 요구, 노동계의 '춘투' 등에 정부가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도 경제계가 주목하는 '6월 고비설'의 주요 관찰 포인트다. ◆ 경기 침체 속 기대감 높아져 지표로 본 실물경기는 '최악'이라 할 만큼 나쁘다. 지난 4월중 도소매 판매는 4년5개월만에 최대의 낙폭(-4.3%)을 기록하며 급락했고 설비투자는 전년동월대비 4.2%나 줄었다. 산업생산도 1.8% 늘어나는데 그치는 등 실물경기가 좀체 부진의 터널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롯데 신세계 백화점도 지난 5월중 매출이 줄어 4개월 연속 매출감소를 이어갔다.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3분기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89로 전분기에 비해 경기가 나빠질 것으로 예상하는 기업이 많았다. 반면 일부 심리지표들은 호전될 기미가 보인다. 통계청이 발표한 4월 소비자 기대지수는 94.5로 전달(90.4)보다 높아졌다. 종합주가지수도 5월말 633.42로 전달말보다 34포인트 올랐다.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다는 얘기다. ◆ 정부, 경기부양에 총력 정부는 2일 여ㆍ야ㆍ정 정책협의를 통해 4조원 규모의 추경예산 편성안을 확정할 방침이다. 투자 관련 규제도 대폭 줄이고 수도권 입주규제를 완화하는 등 기업의 설비투자 촉진책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경기부양으로 풀린 돈이 가뜩이나 과열돼 있는 부동산시장으로 몰릴 가능성도 높다. 정부는 6월부터 부동산가격 안정 심의위원회를 매달 두차례 열어 투기지역(실거래가격으로 양도세 과세) 지정을 예고하고 동 단위로 투기지역을 지정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같은 정책들은 단기적인 처방이어서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많다. ◆ 이익집단 갈등 해소가 관건 이 밖에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시행 여부, 택시ㆍ버스ㆍ레미콘ㆍ덤프트럭 업계의 세금인하 요구, 조흥은행 매각 논란, 노사 임금협상 등 이익집단의 갈등도 경제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 힘을 앞세운 집단이기주의가 횡행하는데도 정부가 타협에만 급급한다면 경제의 기강이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