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양측이 31일 공개한 주한미군 전력증강 계획은 주한미군이 앞으로 어떻게 변화해 나갈 것인 지를 가늠케 하는 잣대가 될 전망이다. 향후 3년간 우리나라 연간 국방예산의 80%가 넘는 110억달러(14조3천억원) 이상의 막대한 자금이 소요될 이번 전력증강에는 미국이 본토에서 시험운용중인 신속기동여단의 한반도 순환배치 등 새로운 개념의 전력증강도 포함돼 있다. 그러나 양측이 이례적으로 기자회견 형식을 빌어 개괄적인 전력증강 계획을 공개함으로써 남북관계 경색 등 적지 않은 부작용을 불러올 전망이다. ◇전력증강 내용 = 주한미군 관계자는 "이번 전력증강계획은 미국이 세계전략차원에서 지속적으로 추진중인 계획중의 일부"라며 "새로울 것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에 순환배치키로 한 신속기동여단은 전혀 새로운 개념이다. 스트리커(Stryker) 부대로 불리는 신속기동여단은 고성능 경장갑차량과 전자지휘체계를 운용함으로써 신속기동능력과 전투력을 동시에 강화한 첨단부대다. 미 육군이 본토 방위능력과 해외에서의 위협에 즉각 대응하기 위해 2000년 5월부터 6개 기동여단을 스트리커 부대로 편성키로 하고 워싱턴주 포트루이스에 주둔한미2사단 제3여단과 25사단 제1여단에 대한 전환작업을 진행중이다. 포병 1개 대대, 보병 3개 대대, 정보.정찰.감시부대로 구성된 스트리커부대는장갑차는 물론 탱크파괴용 유도미사일과 핵 및 화생방 물질, 정찰차량, 공병대대 등을 보유하고 있으며, 경량화된 신형탱크를 사용해 신속이동 배치가 가능하다. 이와 관련, 일각에서는 현재 경기 북부에 주둔중인 미2사단 2개여단중 1개 여단을 스트리커 부대로 전환하기 위한 사전포석이라는 관측이 있으나 주한미군측은 이를 부인했다. ◇공개배경은 = 미측은 이번 전력증강 계획을 적극 공개하자는 입장이었던 반면우리측은 공개에 대해 다소 소극적인 태도를 취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미측이 공개입장을 고수해 결국 이날 기자회견이 성사됐다. 이와 관련, 군 소식통은 "전력증강계획 공개는 주변국에 불필요한 긴장을 조성하는 등 부작용이 적지 않기 때문에 통상 비밀리에 추진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이번 공개를 놓고 여러가지 해석이 나오고 있다. 우선 미국이 현재 추진중인 주한미군 재편 계획이 병력감축으로 이어질 수는 있지만 전투력 약화로 가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해 했다는 긍정적 시각의 관점이다. 이와 관련, 주한미군 고위 관계자는 "병력 수는 전력의 정확한 척도가 될 수 없으며 중요한 것은 병력 수가 아니라 시스템"이라고 말해 주한미군 병력의 점진적 감축 방침을 시사했다. 그는 또 "한반도 유사시엔 일본 오키나와에 주둔한 미 해병대 병력이 들어오고,괌 등 기타 지역에서 많은 항공기가 들어온다"며 주한미군을 기동군 체제로 바꿔나갈 것임을 내비쳤다. 군사 전문가들은 이런 점에서 후방전환 배치 문제가 논의되고 있는 미2사단이장기적으로는 스트리커 부대 형태로 전환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노무현 대통령 구하기란 해석도 있다. 주한미군 고위 관계자는 최근 한국기자들과 만나 노 대통령의 미국 방문후 대미관이 크게 바뀌어 국내 일각에서 논란이 일었던 것과 관련, "노 대통령이 처한 상황을 미국정부는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미측이 한국인들의 안보불안감을 해소시키는 조치를 내놓는 방식으로노 대통령을 측면 지원했다는 차원에서 이번 공개를 `노 상병 구하기'의 일환으로보는 시각도 있다. 또 군사전략적으로는 지난해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에서 한미 양국이 수도권방어능력을 크게 강화하는 내용의 새 작전 계획을 수립키로 한 데 따른 후속조치 성격을 띠고 있다. 양국은 북한의 남침에 대비한 한.미 연합작전 계획의 부속문서 형태로 한반도에우발적인 긴급상황이 일어났을때에 대비한 우발계획을 마련키로 하고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해 왔다. 이 계획에는 북한이 휴전선 인근에 집중 배치한 장사정포와 야포로부터 서울을보호하기 위한 첨단 장비를 주한미군이 충분히 갖추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으며,라포트 사령관이 우리측에 통보한 것은 그중 일부라는 것이다. ◇논란 야기할 듯 = 이번 주한미군 전력증강 계획은 올들어 미국이 북한에 대한일종의 무력 시위로 괌에 전략폭격기를 배치하는 등 한반도 주변 전력을 강화한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강력한 충력을 북한에 줄 것이 분명하다. 더욱이 지난 5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강 이북 미군기지의 재배치는 한반도 및동북아시아의 정치경제안보 상황을 신중히 고려해 추진하되 한반도에서의 평화와 안정에 위협이 증대될 경우엔 `추가적인 조치'의 검토가 이뤄진다는 합의가 이뤄져 북한은 `추가적 조치'와 연계시켜 트집잡을 가능성이 크다. 사실 일각에서는 주한미군 전력증강계획 공개와 관련, 미국이 현재 진행형인 북한 핵 문제가 외교적으로 해결되지 않을 경우 군사적 옵셥을 선택할 수도 있다는 메시지를 던지는 강력한 무력시위로 해석하고 있다. 또 여중생 사망사건 1주기를 계기를 반미시위가 다시 고개를 들 조짐을 보이고있는 상황에서 주한미군의 전력증강 계획에 대해 반전.평화 단체들이 반발할 가능성도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우리 정부는 공개막판까지 고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연합뉴스) 박세진 기자 parksj@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