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관계 안정을 위해서는 노사 상호간 신뢰 못지않게 직원 재교육과 구조조정에 대비한 전직 지원 프로그램이 중요하다. 그래야 회사에 대한 충성심이 생기고 노사안정도 이룰 수 있다. 선진국들이 앞다퉈 직원교육에 힘쓰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지난 97년 IMF사태 이후 급격한 구조조정으로 심각한 노사갈등을 경험했던 우리 기업들은 선진기업들의 교육프로그램 등을 본받을 만하다. 일본 기업들도 80년대 이후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다. 하지만 그 내용면에서는 우리나라와 판이하다. 일본 기업들은 장기간에 걸쳐 인력을 줄여나간다. 퇴직자들의 전직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구조조정에 따른 노조의 반발은 거의 없다. 일본의 대표적인 철강업체인 신일본제철은 무려 14년에 걸친 단계적 인력 감축으로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다. 이 회사는 엔고 여파로 경쟁력이 떨어지자 87년부터 2001년까지 전체 12개 사업장 중 5개를 폐쇄해 3만5천명의 인력을 줄였다. 이 과정에서 회사측은 정년퇴직으로 생긴 결원을 충원하지 않았다. 적은 본사에 두고 근무는 자회사에서 하는 슛코(出向) 등의 형태를 통해 순차적으로 인력을 조정했다. 신일철의 이케가미 오사무 인사매니저는 "구조조정의 충격을 최소화하려는 회사측의 진지한 노력이 노조의 동의를 얻어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며 "생산직뿐 아니라 사무직도 40%나 줄이는 형평성을 유지했기 때문에 분규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마쓰시타도 2001년 8천여명의 인력을 감축하는 구조조정을 단행했으나 노조의 반발은 거의 없었다. 50세 이상을 대상으로 한 희망퇴직인 데다 회사측이 재직기간중 전직을 준비할 수 있도록 'Employee Ability'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노동연구원 김정한 박사는 "노사관계가 안정되려면 일본처럼 장기적인 계획과 다양한 전직 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해 놓은 가운데 인력을 줄여나가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오사카(일본)=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