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등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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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알렉산드리아항 입구에 있었다는 파로스 등대는 세계 7대 불가사의중 하나다.
페니키아 시돈(현 레바논)의 시인이자 탐험가인 안티파트로스가 찾아 기록한 이 등대의 높이는 1백35m.BC 280년에 20세기에나 가능해진 16층 규모 건물을 세우고 꼭대기에 무게 12톤짜리 이시스여신상을 올려놓은 비밀은 지금도 밝혀지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에 서양식 등대가 세워진 건 1백년 전인 1903년 6월 1일이다.
강화도 조약(1876년) 이후 청일전쟁(1894∼95)을 치르면서 등대의 필요성을 절감한 일본이 직접 전국 항만의 등대 건설 위치를 조사한 뒤 우리 조정에 압력을 가함으로써 인천 팔미도 등 4곳에 생겨났다.
오늘날 국내의 등대는 아랫단이 거북선 모양인 한산도 거북등대,부산의 가덕도 등대,포항 영일의 호미곶 등대 등 6백40여개.가장 높은 건 해남곶 등대고,불빛이 멀리까지 비치는 건 오륙도·죽도·울기 등대다(74km).우리 땅의 동쪽 끝으로 장기갑ㆍ장기곶으로 불리던 호미곶엔 등대박물관이 있다.
바닷가 혹은 섬 한가운데 외롭게 서서 오가는 배들의 안전을 지키는 등대에 대한 사람들의 마음이 유독 애틋한 까닭일까. 등대는 가요와 영화 등에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삼학도등대는 이난영의 '목포는 항구다'의 노랫말에 나와 심금을 울리고,강원도 묵호등대는 '미워도 다시 한번'의 촬영장소로 사람들의 발길을 모은다. 지난해 제주도내 유인등대를 찾은 관광객이 66만명에 달하자 제주 지방해양수산청에선 산지 우도 마라도 추자도 등 4곳을 '등대 테마관광지'로 조성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해양수산부가 등대 개설 1백주년을 맞아 기념우표와 전화카드를 발행하고 '등대 1백년사'를 발간하는 등 다양한 행사를 펼치고,가을엔 문화재로 지정된 팔미도등대 대신 새 등대를 세우고 '등대 1백주년' 기념조형물도 설치한다는 소식이다.
'등대'는 항해의 길잡이이자 올바른 세상살이의 지침을 의미하기도 한다.
'우리'보다 '나'를 위한 목소리만 높은 지금 등대의 역할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것도 뜻깊을 성싶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