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7월 시행 예정인 '경제자유구역 지정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일명 경제자유구역법) 시행령안'이 각계 각층의 거센 반발에 부딪쳐 표류될 처지에 놓였다. '물류파업'으로 정부와 일전을 치렀던 노동계는 지난 19일 입법예고된 '경제자유구역법'을 '노동조건을 후퇴시키는 악법'으로 규정, 또다시 정부와의 전면전도 불사할 태세다. 민주노총 환경운동연합 민변 등 1백여개 시민ㆍ사회단체로 구성된 '경제자유구역법 폐기 범국민대책위'는 26일 "경제자유구역법의 인권침해 여부를 조사해 달라"며 재정경제부 장관을 상대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다. 또 재계도 '국내기업 역차별론'을 제기하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으며 외국기업마저 "법만 만든다고 외자유치가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어 경제자유구역법이 제대로 시행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등 양대노총은 '경제자유구역법'을 6월 춘투(春鬪)의 핵심쟁점중 하나로 삼고 시민단체와 연대, 총파업을 단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노동계가 이처럼 강경투쟁에 나서는 이유는 비정규직 규제완화, 주휴일 폐지, 생리휴가 무급화 등 경제자유구역에 부여하는 '특혜'들이 국내 사업장에 파급될 것을 우려해서다. 민주노총 손낙구 교육선전실장은 "경제자유구역법이 시행되면 많은 유급휴가가 폐지돼 남자 근로자는 18%, 여자 근로자는 20%씩 임금이 삭감된다"고 주장했다. 녹색연합 등 환경단체도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되면 토지형질변경, 농지전용, 국유림 벌채 승인 등 공장설립에 필요한 34개 항목의 각종 인ㆍ허가가 자동으로 허용된다"며 "이는 결국 환경파괴를 가속화시킬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편 재계는 특정지역만을 경제특구화할 경우 국내 기업에 대해 역차별을 가져올 수 있다며 전국을 특구화해야 한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외국기업들도 "상하이 등 경쟁지역과 비교해 볼 때 경제자유지역에 부여하는 메리트가 별로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 [ 경제자유구역법안 추진현황 ] '경제특구법' 기본계획 확정 (2002년 4월4일) '경제특구법' 정부시안 확정 (2002년 7월24일) '경제특구법'의 명칭이 '경제자유구역법'으로 변경되고 경제자유구역 지정요건도 크게 완화돼 국회재정경제위원회 통과 (2002년 11월6일) '경제자유구역법' 국회 본회의 통과 정부 시안대로 경제자유구역 지정요건 강화로 회귀 (2002년 11월14일) '경제자유구역법' 등을 다룰 '동북아경제중심 추진위원회' 출범 (2003년 4월29일) 정부, '동북아경제중심위원회'와 실무협의를 끝내고 '경제자유구역법' 시행령 입법예고 (2003년 5월19일) 정부, 대규모 외국인투자기업에 대한 세금혜택을 담은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 국회제출 예정 (2003년 6월중) '경제특구법안' 시행 예정 (2003년 7월1일) 김태철 기자 synerg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