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월가는 정말 바람 잘 날이 없다. 전쟁 테러에서부터 사스 광우병까지 자고 나면 이슈가 바뀐다. 매일 변하는 뉴스에 따라 주가도 연일 널뛰기를 한다. 조금만 한눈 팔면 따라잡기 힘들 정도다. 그런 정신없는 미국 금융계에서 신중에 신중을 기하는게 하나 있다. 바로 뉴욕 연방은행 총재를 뽑는 일이다. 윌리엄 맥도너(69) 현 총재가 작년부터 "오는 6월에 물러나겠다"고 했지만, 후임은 오리무중이다. 뉴욕 연방은행 이사들로 구성된 '총재선임위원회'는 적임자가 없을 경우 당분간 현 부총재의 '대행' 체제로 가더라도 끝까지 좋은 사람을 찾겠다는 입장이다. 선임위원회에서 지금까지 '면접'을 본 사람들의 면면을 보면 모두 총재감이다. 그러나 IMF 부총재를 지낸 스탠리 피셔 시티그룹 부회장(56)과, 뉴욕 연방은행 부총재를 역임한 피터 피셔 현 재무부 국내금융담당차관(46)도 '탈락자 명단'에 들어 있다. 로저 퍼거슨 주니어 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부의장 얘기도 있지만 정작 본인은 "현재의 직무에 만족한다. 그 자리는 생각해 본 적도 없다"며 고개를 가로젓는다. 월가에선 이들 모두 자의건 타의건 '자격 미달'로 평가받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뉴욕 연방은행 총재의 자격이 까다로운 것은 뉴욕 연방은행이 미국 12개 지역 연준리 중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미 국채의 3분의 2 가량을 관리하는데다, 금리를 조정하는 공개시장위원회(FOMC) 부의장으로 통화정책 수립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자칫 잘못된 판단이 이뤄지면 그만큼 후유증이 큰 중요한 직책이다. 현재 윌리엄 풀 세인트루이스 FRB 총재, 스티븐 프리드먼 백악관 경제수석, 마틴 펠드스타인 하버드대학 교수, 데이비스 코만스키 전 메릴린치 회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펠드스타인 교수의 경우 앨런 그린스펀의 후임 '1순위'로 꼽히던 인물이다. 그린스펀이 25년, 맥도너가 10년을 한자리에서 일한 것은, 그만큼 신중하게 사람을 고른 당연한 결과일 뿐이다. 대충 맡기고, 아니면 갈아치우는 식의 낙하산 인사에 익숙해진 기자의 눈에는 오히려 답답하게 보이지만 말이다. 뉴욕=육동인 특파원 dong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