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3권 보장 등을 요구하며 실시된 전국공무원노조(전공노)의 파업 찬반투표가 23일 부결됨에 따라 '공무원 노조 입법화'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 들었다. 전공노는 오는 26일 열리는 중앙위원회에서 이번 결과를 인정할지를 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반대표가 30% 가까이 나온 데다 정부도 투표 주동자를 사법처리하겠다는 초강경책을 내놓은 상태여서 전공노의 입지축소도 예상되는 상황이다. ◆ 전공노와 타협 없다 =정부는 23일 고건 국무총리 주재로 관계장관 회의를 열고 투표 주동자를 사법처리하고 전공노가 합법화되지 않은 불법단체인 만큼 대화나 타협도 하지 않기로 했다. 고 총리는 "최근 빈발한 불법 집단행동으로 국가 기강이 심각하게 위협받는 상황에서 공무원까지 불법적인 집단행동을 하는데 대해 국민들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공무원들의 쟁위행위 찬반투표는 명백한 실정법 위반인 만큼 주도ㆍ선동 공무원들에 대해선 의법조치하라"고 지시했다. 행정자치부는 일선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전공노 조합원들을 투표 가담정도에 따라 분류하는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청은 국회사무처 행정6급인 차봉천 전공노 위원장 등 주동자 18명을 사법처리키로 했다. 경찰청은 이들에 대해 이날 중 국가공무원법 및 지방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출석요구서를 발송하고 이에 불응하면 법원에서 체포영장을 받아 검거에 나설 방침이다. 출석요구서 발송 대상자는 차 위원장 등 전공노 중앙간부 7명과 부산시청 농업행정과 행정 6급 한석우 부산본부장 등 시도본부장 11명이다. ◆ 파업 강행할까 =전공노 집행부는 "정부의 극심한 탄압으로 부결된 만큼 26일의 중앙위에서 결과 수용여부를 최종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중앙위에서 수용불가쪽으로 가닥이 잡히면 투쟁방향과 전략 등을 논의한 뒤 이르면 27일 이를 발표한다는 방침이다. 일부에선 파업시점을 앞당기는 방안까지 주장하고 있다. 김정수 대변인은 "찬반투표에 대해 체포 운운하는 것은 상식밖의 결정이며 과도한 탄압"이라면서 "조기 파업 등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파업을 강행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30% 가까운 조합원은 노동부의 '공무원 노조 입법안'을 수용할 만한 수준으로 판단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공무원법상 신분을 보장받으면서 단체행동권까지 요구한다는 국민들의 따가운 시선, '정부안 수용, 조기 입법화'를 주장하는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공노련) 등도 압박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박기호ㆍ김태철ㆍ정종호 기자 khpar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