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는 임금을 결정하는 원칙이 없는 것 같습니다. 노조는 단순히 민주노총에서 내려 보낸 고율의 임금인상지침을 들이댑니다." 최근 노조측으로부터 임금인상안을 받은 A자동차 관계자의 분통섞인 하소연이다. 이 관계자는 "기업의 경영여건을 전혀 감안하지 않은 채 민주노총의 일방적인 인상지침을 무조건 따르고 있다"며 "올해도 임금교섭 과정이 험난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상급단체의 지침을 인상률로 제시하는 노조는 그래도 나은 편이다. 요구율은 높지만 협상의 여지는 있기때문이다. 하지만 아예 협상이 불가능할 정도로 턱없이 높은 인상률을 제시하는 노조들도 많다. 지난 2000년 일진소재산업(전북 익산) 노조는 기본급 38.8% 인상을, 일진(충남 아산)은 총액기준 30.4% 인상을 요구, 한자리숫자를 제시한 회사측과 극심한 분규를 겪었다. 임금인상을 둘러싼 노사갈등은 매년 노사현장에서 되풀이되는 풍경이다. 노조는 더 달라고 조르고 회사는 못준다고 버티고…. 왜 이런일이 되풀이 될까. 전문가들은 노사가 함께 합의한 임금인상기준이 없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국노동연구원의 김정한 박사는 "기업들은 생산성, 물가 등 거시지표를 기준으로 삼고 노조측은 생계비를 바탕으로 인상률을 제시하기 때문에 양측의 주장이 큰 편차를 보일 수 밖에 없다"면서 "안정적인 임금교섭을 위해서는 노사가 임금인상 기준에 관한 컨센서스를 마련하는게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더큰 문제는 고임금사업장일수록 노조의 요구가 더 많아진다는 것이다. SK의 15년 근속 생산직 노동자의 연봉은 7천만원 수준. 우리나라 생산직근로자로서는 최고이고 웬만한 대기업의 이사급 급여다. 그러나 이 회사 노조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는다. SK글로벌의 분식회계로 회사가 심각한 유동성 위기를 맞고 있지만 노조는 11.2%의 임금인상률을 제시한 상태다. 회사측은 경영권방어와 유동성문제 때문에 노조의 요구안은 무리라는 입장이지만 노조의 임금인상 요구는 조금도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일부기업의 임금이 끝없이 높아가면서 최근에는 한ㆍ일간 임금 역전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일본 제조업분야에서 최상위수준인 도요타의 17년 근속 노동자의 올해 연봉은 5백90만엔(5천9백만원)선이다. SK의 15년 근속 생산직 노동자보다 낮은 수준이다. 임금인상을 둘러싼 협상기간은 보통 2∼3개월씩이나 걸린다. 불과 한달만에 임금교섭을 끝내는 일본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 /특별취재팀 ] ----------------------------------------------------------------- 특별취재팀 : 윤기설 노동전문(팀장).김홍열(산업부 대기업팀).김형호(건설부동산부).이정호(경제부 정책팀) 기자.양승득 도쿄.오광진 베이징.강혜구 파리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