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북ㆍ미ㆍ중 3자회담이 지난달 23일 열린 이후 한 달이 지났으나 핵문제는 여전히 교착상태에 머물고 있다. 북한은 회담에서 제시한 '대범한 해결방도'(new bold proposal)를 수용할 것을 미국측에 촉구하는 반면 미국은 핵을 포기하지 않으면 군사 및 경제제재 등 '모든 옵션'을 검토할 수 있다면서 한 발짝도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다만 미국은 다음 번 회담이 조만간 열릴 것이란 점을 우회적으로 흘리면서 대화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자세를 보여주고 있을 뿐이다. 애리 플라이셔 백악관 대변인은 지난 19일 정례 브리핑에서 '가까운 장래에 북한과 새로운 대화를 가지는 방안을 추진 중이냐'는 질문에 "우리는 아직 다음에 취할 정확한 조치에 관해 논의 중"이라며 "우리는 추가 회담이 없을 것이라고 말한 적이 결코 없다"고 강조했다. 북 핵 문제는 중국이 중재한 3자회담이 열리면서 진전 기미를 보일 듯 했으나 회담에서 북측이 '핵 능력을 입증해 보이겠다'는 폭탄성 발언을 내놓으면서 꼬이기 시작했다. 더욱이 한.미 정상은 지난 14일 정상회담 후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한반도 평화와 안정에 대한 위협이 증대될 경우 '추가적 조치'(further steps)를 검토할 수 있다는데 '유의'한다고 의견을 모아 미국의 행동반경을 넓혀줬다. 또 23일 열리는 미.일 정상회담에서는 이러한 추가조치들이 구체화될 것으로 보여 핵문제를 둘러싼 대북 압박이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물론 이에 대한 북한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북한은 아직 핵무기 보유를 대외적으로 공식 선언하지 않고 있으나 미국의 군사공격 가능성에 대비해 '강력한 물리적억제력'을 갖출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다. 이와 함께 제5차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의 박창련 북측 위원장은 20일 한.미정상회담 공동성명을 거론하면서 "대결방향으로 나간다면 북남관계는 영(0)으로 될 것이며 남쪽에서 헤아릴 수 없는 재난을 당하게 될 것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며 한.미 공조에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비록 그의 발언은 북한 매체들이 그동안 주장해온 범위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았지만 6.15 남북공동선언 이후 열린 일련의 남북 회담에서 나온 북측 발언 가운데 가장 거친 '언사'란 점은 남측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이 같은 환경에도 핵문제 해법 마련은 그다지 비관적이지만은 않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가 대북 제재에 반대하면서 평화적인 해결 입장을 여전히 고수하고 있고 미 의회 소속 싱크탱크인 외교협회(CFR) 등 미국 조야에서도 북.미 양자협상을 촉구하고 있다는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sknko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