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 금융권의 취업 기상도는 "흐림"이다.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바탕으로 1천7백명을 신규 채용한 은행권은 경기둔화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자 줄줄이 비상경영 체제에 나서며 신규 채용규모를 대거 줄여잡고 있다. 채용전문업체인 인트루트가 지난달 조사한 업종별 2분기 채용계획에 따르면 50개 금융사중 채용계획이 있다고 답한 기업은 5개에 불과했다. 작년 2분기에 비해 78%나 감소한 숫자다. 이에 따라 지난해 공인회계사와 박사 및 해외 MBA출신 등 고급 지원자들이 대거 몰려 최고 2백50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던 은행들의 취업문은 더욱 좁아질 전망이다. 시중은행 중에선 신한은행이 1백50명 안팎의 대졸 신입사원을 뽑기 위해 오는 22일까지 원서접수를 받는다. 4년제 정규대학 졸업(2003년 8월 졸업예정자 포함)중 전학년 평균성적이 B학점 이상인 사람을 대상으로 개인고객본부 개인금융마케팅과 기업본부 기업금융마케팅로 나눠 뽑을 계획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통상 상반기와 하반기로 나눠 뽑는 정기공채의 일환"이라며 "금융지주회사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공격적인 영업에 나서기로 함에 따라 올해 신규 채용규모를 지난해 수준으로 유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기업은행도 올 10월말이나 11월초 작년과 비슷한 1백여명의 신입사원 공채에 나설 예정이다. 국책은행 중에선 수출입은행이 올 12월 20~30명의 신입사원 채용을 목표로 10월께 모집공고를 낼 예정이다. 지난 1월 32명을 뽑은 산업은행도 올 하반기 신규 채용에 나선다는 방침아래 시기와 규모를 검토중이다. 지난해 74명의 신입사원을 뽑은 한국은행은 올 10월께 지난해와 비슷한 규모로 신규 채용에 나설 계획이다. 지방은행 가운데선 대구은행이 10월중 30명 내외로 채용에 나설 예정이다. 신용보증기금은 상반기와 하반기로 나눠 각각 80여명씩을 뽑기로 하고 내달 5일 상반기 채용공고를 낼 예정이다. 신보 관계자는 "지원자는 인터넷을 통해 입사지원서를 접수한 뒤 서류전형과 실무자.임원 면접,집단토의 및 인성검사,신체검사 등의 절차를 거치게 된다"며 "서류전형때 박사나 공인회계사 세무사 등 고급 전문인력 및 외국어가 능통한 지원자에 대해선 가점을 줘 전문인력을 적극 발굴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신보는 6천명 이상이 원서를 낼 것으로 예상해 경쟁률은 75대1을 넘을 전망이다. 이에 비해 지난해 MBA 유학지원이란 파격적인 혜택을 내세웠던 국민은행을 비롯,하나 조흥 외환 한미 제일 등 상당수 은행들은 아직 하반기 신규 채용계획을 잡지 못한 채 시장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일부 은행의 경우 올 하반기 신입사원을 아예 뽑지 않는 것도 고려중이다. 은행 인사팀 관계자들은 "인력수요가 있는 은행들도 경제 불확실성이 제거돼야 신규채용 계획을 밝힐 수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 시중은행 인사담당 임원은 "올 은행 경영 환경이 최악이 될 것으로 예상돼 마른수건도 다시 짜고 있는 상황인 만큼 하반기에 신규채용을 실시할지 여부조차 불투명하다"고 털어놨다. 인크루트 최승운 팀장은 "금융업은 상대적으로 높은 연봉과 주 5일제라는 매력 때문에 구직자가 가장 선호하는 직종중 하나"라며 "그러나 다른 업종에 비해 올해 금융업종의 채용상황은 최악"이라고 지적했다. 신한은행 권오균 인사팀 차장은 "지원자들의 자질은 모두 우수하다고 보고 있다"며 "이중 창의 스피드 팀웍 열정 등 신한은행의 4대 덕목에 부합하는지에 중점을 둬 신입사원을 뽑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요즘은 국제적인 마인드와 업무에 대한 전문성을 특히 강조한다"며 "공인회계사나 감정평가사 국제재무분석사(CFA) 국제재무위험관리사(FRM) 등의 금융관련 자격증을 갖고 있다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